경찰은 실종 사건 발생시 철저한 초동조치를 위해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을 마련하고 있지만 규정이 현실과 동 떨어져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
해당 규칙에 따르면 실종 신고를 접수받은 관할지의 경찰서장은 즉시 현장출동 경찰관을 지정해 탐문·수색하도록 돼 있다.
즉 빠른 보고를 통해 골든 타임 내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게 해당 규정의 골자다.
하지만 현실은 강력 범죄 정황이 드러나는 '중요한 사건'만 서장에게 직통 보고가 올라가고 공조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대응 메뉴얼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보니 막상 실종사건이 강력사건으로 이어질 때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영학에 의해 살해된 여중생 A(14) 양의 실종을 담당한 경찰은 해당 사건을 '단순 가출'로 치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실종된 A 양이 이영학의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은 것을 폐쇄회로(CC)TV로 확인했음에도 다음 날이 돼서야 부서 간 공조 수사를 시작했다.
이영학은 당시 아내에 대한 상해와 자살방조 혐의로 형사과의 내사를 받고 있었다.
2일 경찰은 주변 탐문을 거쳐 오후 5시 쯤 A 양이 들어간 집이 경찰 내사를 받고 있는 이영학의 집임을 인지했다.
A 양이 1일 오후 12시 30분쯤 숨진 뒤 경찰은 17시간 가까이 지난 후에야 해당 사건이 범죄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실종처리규칙에 대해 "해당규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실무자의 즉각적인 대응을 돕기보다는 담당 경찰에게 귀책사유를 두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