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중진 의원과의 만찬에서 '민주당과의 연정'이 거론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연정론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앞서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추석연휴 전에 만찬 회동을 갖고 협치의 필요성과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사실이 전해진 것이 연정론으로까지 이어졌다.
연정론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협치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국민의당 원내지도부를 만난 것이라며 '연정'이라는 단어를 꺼낸 사실이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우 원내대표는 13일 "연정은 나가도 한참 나갔다"고 부인했다. 우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협치를 확대하자는 것이지 연정을 제안한 적이 없다. 연정은 하려면 원내 차원에서 얘기한다고 되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기국회에서 해나가야 할 여러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우리의 관심이고, 입법 연대나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 등 관심사가 같은 부분에 대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김이수 헌재소장 인준 부결 등을 거치면서 협치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입법 연대나 선거 연대 등의 형태로 협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방법이 연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공개 회의 석상에서 "협치나 연정은 말장난을 하는 것이다. 장난질을 멈춰라"며 작심한 듯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떠보기로 국민의당을 흔들 수 없다"며 "우리 안에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양당 지도부가 모두 연정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연정론'이 부상한 배경을 놓고는 알게 모르게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을 원하는 인사들이 흘린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보수야당의 통합론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1당의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인 민주당에서 국민의당과 연대를 하기 위해 흘린 것 아니냐는 시각 한편으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띄운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연정은 당대당 정책협약과 공동 내각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내각의 인사권을 대통령이 가진 대통령제 하에서는 청와대가 나서지 않는 이상 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한 게 사실이다.
또 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당 모두 연정을 할 타이밍이 지났다고 보기 때문에 시기상으로도 연정 논의는 이뤄지기 어렵다.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SNS를 통해 "나는 DJP연합정권 구성과 유지 파기의 경험을 가졌다. 대통령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도 "정권초도 아니고 이미 1기 내각이 거의 구성된 상황에서 연정을 하자는 건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정론의 잔불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통합론이 현실화될 경우 진보진영 내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언제든 힘을 받을 수 있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권을 중심으로 연정이든, 연정에 준하는 협치 연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