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친정부 성향의 '코드인사'가 아닌 국립대 총장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임명을 반대한다는 설이 파다했지만, 청와대 공식 문건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청와대 국가기록원에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2015년 7월 22일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이하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는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사안 소송관련, 방송대 경우 어제 정부가 2심 승소했는데 공주대와 경북대 건도 잘 대응해 줄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청와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공주대와 경북대, 방송통신대 총장 임명을 거부해온 맥락에서 보면 '공주대와 경북대 건도 잘 대응하라'는 지시는 두 대학의 총장 임명제청을 최대한 저지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시 공주대와 경북대, 방송통신대는 총장 임명제청권을 거부한 교육부를 상대로 임용제청 거부 취소소송을 제기했었다. 방송대는 청와대 문건 내용대로 2심에서 패소했다.
국립대 총장은 교육부가 대학에서 복수후보자(투표 1.2순위)를 추천받아 교육부 장관이 단수로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구조(간선제)다.
해당 문건에는 또 "위 3개 국립대학 총장 부재가 1년 이상 가는 비정상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문제인데 이런 상황을 조기 종식할 수 있는 가능한 대응책이 있는지 연구해 볼 것"이라고 돼 있다.
결국 3개월 후 청와대는 경북대 총장에 추천 2순위인 김상동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2년 만에 임명된 신임총장이었지만, 이 역시 2순위 후보자가 임명됐다는 점 때문에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
공주대와 방송통신대 총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공주대는 2014년 3월부터 44개월째, 방송통신대는 2014년 9월부터 37개월째 총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또 청와대는 2015년 8월 故 부산대 고현철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대학가에서 총장 직선제 전환 움직임이 있는 것을 경계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8월 23일 만들어진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서에는 "교문수석은 부산대 교수 자살건이 대학총장 직선제 주장과 연계돼 더이상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상황관리 해주고, 특히 타 국립대학의 동조세가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고 교수는 부산대가 총장 간선제 전환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에 반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부산대는 총장 선출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다.
직선제 움직임을 막겠다는 청와대의 노골적인 지시도 있다. 2015년 10월 16일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는 "일부 국공립대에서 직선제로의 전환 움직임이 있는 바, 정부 방침대로 간선제가 유지되도록 하고 직선제 전환시 재정지원을 차등화 하는 등 직선제전환 움직임 확산을 제어할 것"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비서실장은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 현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검찰은 이 전 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또 당시 교문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던 차은택 씨의 외삼촌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다. 김 전 교문수석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