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은 12일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한강 씨가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 대해 "작가로서 개인적인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표현과 역사의식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한강 씨의 기고문을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이 현시점에서 도움이 되느냐'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질의에는 "저와 협의했다면 올리지 말라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한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기고한 것에 대해 공직자가 공적인 자리에서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박 교수는 "강경화 장관의 말을 간단히 넘길 수 없다"며 "기고문 전체를 읽는다면 오해의 소지는 없다. 한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 학살, 인류가 벌려온 참혹한 만행의 이면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인간 이하'로 보는 편견이 존재했다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 그 선상에서 한국전쟁도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 전쟁을 강대국의 대리전이라 표현한 부분은 한국전쟁의 책임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표현"이라며 "한강 기고문의 전적인 목적은 '전쟁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전쟁은 전쟁을 반대하는 양민의 입장에선 어떤 전쟁이든 대리전이다. 전쟁의 본질적 성격을 문학가로서 통찰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평화를 염원하는 작가가, 전쟁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미국의 조야에 '전쟁은 절대 안돼'라고 외치는 소리에 대해, 무슨 역사관을 들먹이는가. 한강은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우리들 전부를 대표해, 미국 조야에 전쟁반대를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박 교수는 본인은 강 장관이 야당의 반대 속에서 임명될 때 누구보다 적극 지지했었음을 밝히며 "강 장관의 생각과 자세에 큰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곧이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가 한국의 외교장관으로 이 엄중한 한반도 정세에서 평화를 지키고,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하기를 원했다. 강 장관의 저 말이 바로 그런 외교장관의 입으로 할 말인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공직자도 아닌 작가가 미국신문에 기고한 글조차 '미국 나으리들'의 비위를 거스를까 그렇게 걱정이 되시나요?"라며 "아니면 송영무 장관처럼 조중동과 자유당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무엇을 따지고 들던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기분을 맞춰주기로 한 건가. 이러니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태도를 보며 '이게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의 공직자들이 맞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 역시 강 장관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Caf*****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과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완전히 다른 말 아닌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말하면 될 일이었다. 적절하지 못한 단어선택이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지**은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을 대표한 것도 아니지 않나. 개인은 얼마든지 자기의 역사관과 의식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개인인 작가가 의견을 기고하는 것에 대해 외교부 장관이 논평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은 "강경화 장관을 무척 존경했었는데 이번 발언으로 조금 실망스럽다. 더 적절하게 대답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라고 적었다.
강 장관의 입장을 어느정도 이해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은 "한강의 시각에 동의하지만, 강경화 장관의 발언도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외교부 장관의 입장에서 낸 의견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된다"고 말했다.
deh****은 "민감한 시기에 외교부 장관으로서 이렇게 말하는 게 최선이었을 듯"이라고 썼다.
한편, 강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외교부 측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에서 "6·25를 강대국의 대리전이라고 했던 한강 작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제2의 전쟁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주장에는 십분 동의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