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지난 1일 오전 딸이 외출한 사이 수면제에 취해 잠이 들어있던 피해자가 깨어나 저항하자 신고할 것을 우려한 이영학이 수건과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초등학교 때 집에 놀러오곤 했던 A 양을 범행대상으로 선정하고 성적 욕구를 해소할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을 동원해 이영학과 딸을 면담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영학을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이 씨가 부인 사망 이후, 그를 대신할 사람을 찾다가 여의치 않아 접촉하고 통제하기 쉽다는 생각에 딸 친구를 생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영학은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 성향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파일러는 "평가 지표를 통해 검사한 결과,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에 "어린 시절부터 장애로 놀림을 받고 따돌림을 당한 이씨가 친구들을 때리는 등의 보복적 행동을 보였다"며 불우했던 성장 과정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발현하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딸을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자신을 양육한 아버지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을 따르는 심리적 종속관계에 있었다"며 "가치판단 없이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아버지에 의존하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아버지가 모금 활동으로 생계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아버지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태였던 이 씨의 딸은 이영학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해 수면제를 탄 드링크를 A 양에게 건냈다. 또 이 씨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면제 2알을 추가로 먹이기도 했다.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에 대한 지적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A 양에 대한 최초 실종신고는 지난달 30일에 접수됐고, 경찰은 이 씨의 성범죄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씨 집근처 폐쇄회로(CC) TV에서 A 양이 사라지고, 이 씨의 딸만 외출한 장면을 확인하고도 범죄 연관성을 생각하지 못했으며, 인근 폐쇄회로(CC) TV를 조사하는데만 수사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최초에 납치와 같은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고, 단순히 친구를 만나러 간 학생이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경우의 일반적인 가출 사건 처럼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이 씨를 강제추행살인 및 추행유인, 사체유기 혐의로, 공범인 딸에게는 추행유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지난달 6일 중랑구 자택에서 투신한 부인을 성매매에 이용하고,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등도 별도 수사할 방침이며, 구속영장이 기각된 딸에 대한 신병처리도 검찰과 협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