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 지정희(36·용인)씨는 지난 12일 "한시도 아쉬운 급박한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무를 유기한 것도 모자라 국민을 속였다는 것에 치가 떨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최초 보고 시점에 대한 조작 문서가 공개되면서 유가족들은 물론 국민들도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원 이수형(52·서울)씨는 "세월호 조작 보도를 접하고 국가가 맞느냐는 생각부터 들었다"며 "국가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청와대인데 국민의 생명을 박 정권에 맞기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한심스럽다“고 자책했다.
자영업자인 심명흠(42·수원)씨는 "A부터 Z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밝혀서 더 이상 국민들한테 진짜 손톱 만큼도 그런 의혹이 남지 않게끔 시원하게 다 드러나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안산 단원고의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가 막히지만 예상했다는 반응과 함께 분노와 탄식을 쏟아냈다.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을 맡고 있는 장훈(고 장준형 군 아버지)씨는 "기가 막힌 일이지만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며 "아무리 시스템이 엉망이라도 세월호 같은 대형참사를 청와대에서 1시간 넘게 모르고 있을 순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고 정원석 군 어머니 박지민씨는 '미친 짓'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박 씨는 "남의 자식도 똑같이 내가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똑같은 마음이다. 어떻게 그 미친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1초 1분이 막 진짜 너무 뭐라 할 수 없는 시간인데, 30분을 쉽게 그렇게 했다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조사위 이태호 상임위원은 "사고 당일 청와대에서 일어난 사실 관계에 대해서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황교안 대행 체제에서 국가기록물로 이관한 7시간의 기록들에 대해서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앞서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 시점이 담긴 상황보고 일지가 사후에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에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았고 15분 후에 수습관련 첫 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문서에는 최초 보고 시점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30분 빠른 오전 9시 30분으로 적시돼 있다.
임 실장은 "첫 보고 시점과 박 전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볼 수 없는 대목"이라며 "당시 1분 1초의 중요성 감안하면 참 생각할 게 많다. 참담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