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강대국 논리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의 혼선만 내비치면서,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전문가 그룹이나 여권 내부에서도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기야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책임'이 실종된 SNS글로 응수하면서 한반도에서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한민국이지만 북미 간 게임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겠다던 문 정부는 '운전석'조차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북미 양측을 이끌 문 정부만의 '거절할 수 없는 카드'를 찾지 못한 채 트럼프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북미의 격한 말싸움 가운데 문 대통령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는 전쟁 반대' 선언도 점차 공허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정부 당시 대북 정책과 무엇이 크게 다른지 모르겠다는 자조섞인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12일 외교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제재와 대화, 투트랙을 주장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정책 방향이) 제재와 압박으로 갔는데, 대화로 돌아오지 않고 고착돼 버리면 곤란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북미 간 협상 국면 등을 언급하면서 "이와 관련해 추후 '한 번의 대화의 기회'가 왔을 때 북핵 미사일 위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식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화 협상 국면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장관의 노력이 무엇인가"라고 제기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지난달 CBS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대화와 제재' 투트랙 기조 대신 사실상 강경 위주 정책으로 가면서 당초 공언했던 '운전대'를 잃어버렸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등 급선회한 안보정책을 지적하며 "지금 (문재인의) 동명이인이 지금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에 우리는 트럼프에 대해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말을 해야 한다. 이런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무기력한' 발언은 외교안보 불안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회의 참석 후 지난 7월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며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5부 요인 초청 오찬을 한 자리에서는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서도 한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말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일견 이해가 가는 말"이라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자로서의 외교적 위치를 대통령이 나서 인정하면 앞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 역할에 더욱 한계를 긋는 것밖에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을 향한 대화 제의도 사실상 여러번 무시당하며 무색해져 버린 상태여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하겠다던 초심을 잊은지 오래인 것 같고 남북관계를 한반도 문제 중심축에 놓고 풀어나가겠다는 것도 잊은 것 같다. 결국 한반도 운전자론은 외톨이에 불과한 상황이 됐다. 어느 나라 외교를 하는지 알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