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생략하고 다음날인 13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영학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이영학이 대외적으로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딸을 극진히 보살피는 '어금니 아빠'로 자신을 홍보했지만 실상은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가 하면 SNS를 통해 가출 청소년들을 모집하는 등 소아성애증을 드러낸 사실이 밝혀졌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알선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매매 현장을 찍은 동영상이 발견됐고, 이것이 최근 발생한 자신의 부인 자살 사건과도 깊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범행 동기와 관련한 수많은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않은채 이영학이 딸 친구 A(14) 양을 살해한 혐의를 입증하는 부분에 주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11일 브리핑에서 부인 자살 사건과 관련해 "그건 사실상 이 본건과 별건이다. (본건 수사 뒤) 수사 여부를 검토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14세인 딸의 친구를 살해한 동기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현재 확보된 성매매 동영상을 비롯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영학의 행태나 가족사 등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자문으로 유명한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앞서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부인 자살 등) 그런 과정들이 지금 하나도 해소되지 않은 채 이 사건이 일어나다 보니까 이 사건이 완전히 별개의 사건만으로는 인식이 안된다"며 가족사 등을 꼼꼼히 들여다볼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범행동기를 밝히는데 있어 필요한 이같은 다각적인 접근보다 이영학의 진술에만 주로 의존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찰은 11일 친구 딸을 살해한 범행시점을 지난달 30일이 아닌 다음날인 이달 1일이라고 변경했다. 이영학을 체포해 조사한지 일주일이 지난 뒤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객관적인 증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영학과 그 딸이 초기 진술을 그 뒤에 번복했기 때문으로 이에 따라 경찰도 뒤늦게 범행 시점을 변경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으로는 범행 동기 역시 이영학과 그 딸의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당초 사건 자체를 단순 살인 사건으로 보고 전문 수사팀을 구성하는 등의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충격적인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광역수사대 등 전문 수사인력을 파견해 담당 수사팀과 함께 TF팀을 구성하고, 제기되는 의혹들을 다각도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 시점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