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중 가늘었던 빗줄기는 오후 들어 제법 굵어졌고, 인조 잔디가 깔린 파울 지역에는 물이 고였다. 이날 창원 지역에는 밤 늦게까지 비 예보가 있어 경기 우천 취소 가능성도 커졌다.
경기 전 더그아웃으로 나온 김경문 NC 감독은 그라운드를 둘러 보더니 "이렇게 오면 경기하기가 힘들겠다"고 말했다. KBO는 일단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 30분까지 취소 여부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경기는 취소돼 13일로 순연됐다. 같은 장소에서 오후 6시30분 열린다. 5차전 역시 하루 미뤄져 15일 롯데의 홈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오후 2시 펼쳐진다.
그렇다면 이날 경기 우천 취소는 어느 팀에게 유리할까. 과연 하늘은 어느 팀의 손을 들어줄까.
두 팀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만약 이날 경기가 예정대로 치러졌다면 분위기 면에서는 NC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NC는 전날 3차전에서 홈런 4방을 포함해 타선이 13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른바 가을야구의 '미친 선수'가 탄생한 것도 호재였다. 주전 3루수 박석민 대신 투입된 노진혁은 4안타 2홈런 3타점 4득점의 깜짝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런 분위기를 몰아간다면 4차전도 기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높았다.
여기에 롯데는 전날 패배로 필승조를 아낄 수 있었다. 박진형, 손승락 등이 4차전 승부처에서 투입돼 전력투구를 할 여건이 마련됐다. 반면 NC는 전날 김진성, 이민호, 원종현, 임창민 등 필승조가 출전했다. 연투가 가능하다지만 어쨌든 마운드에서는 롯데의 우위가 예상됐다.
두 팀 사령탑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경기 전 김경문 NC 감독은 "오늘 경기가 취소되면 불펜이 하루를 쉴 수 있다"면서 "좋은 점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우리가 어제 졌지만 선수들 분위기는 좋았다"면서 "필승조도 어제 쉬어서 오늘 경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하루 연기된 4차전은 어느 팀이 유리할까. 일단 예고된 선발 투수가 바뀌었다. NC는 그대로 최금강으로 가지만 롯데는 지난 8일 1차전에 등판했던 롯데 조시 린드블럼이 나선다.
다만 변수는 타선이다. NC로서는 뜨겁게 타올랐던 타선이 하루 휴식 뒤 식을 수 있다. 김 감독은 "홈런을 날린 선수들이 그 감각으로 덤빌 수 있다"면서 "모두 잊고 새로운 기분으로 나서야 한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불펜이 휴식을 취한 장점이 있다. 여기에 주전 포수 김태군이 전날 경기 뒤 경찰청 입대 시험을 위해 상경했다가 내려와 피로가 쌓였다. 당초 김 감독은 "김태군을 선발에서 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군이 충분히 쉬고 13일 4차전에 나설 수 있다.
롯데도 전날 3차전에서 12안타를 뽑아냈다. 손아섭이 8회 홈런을 날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다만 패배의 후유증을 이겨내고 차분하게 4차전을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강한 선발로 바뀐 만큼 승리 확률도 높아진다.
뜨거웠던 승부 속에 하루를 쉬게 된 롯데와 NC. 과연 이날의 우천 취소는 이번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