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빅스비 개발 책임자 교체…빅스비에 무슨 일이?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Bixby)' 개발을 총괄 책임자를 전격 교체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야심차게 내놓은 빅스비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서비스 플랫폼 확산에도 지지부진하자 빅스비 사업을 총괄하던 이인종 무선개발1실장(부사장)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모바일 플랫폼(기반)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정의석 부사장을 국내로 불러들여 빅스비 개발 및 사업 전권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사장이 스마트폰 및 가상현실(VR) 기기는 물론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총괄하고 있어 빅스비를 전담할 책임자를 보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빅스비 개발에 정 부사장을 투입한 것을 두고 기대 이하 평가를 받고 있는 빅스비 서비스에 변화를 주기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AI 비서 빅스비는 지난 3월 갤럭시S8과 함께 출시했지만 잦은 인식오류와 영어 등 외국어 버전이 지원되지 않아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외면받았다. 5월 지원된다고 했던 영어 빅스비는 7월 중순에서야 출시됐지만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등에 견주어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는 SKT 누구와 KT 기가지니에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음성비서 시장에 뛰어들며 존재감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V30과 함께 출시한 구글 어시스턴트는 한국어 버전을 탑재한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돼 빅스비는 선발 경쟁에서 한 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작동 오류가 많다는 사용자 불만이 커지자 갤럭시S8의 좌측 버튼을 눌러도 빅스비가 실행되지 않도록 하는 소프트웨어(펌웨어) 업데이트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IT매체 더 버지는 이를 두고 "삼성의 목표는 사용자 중심이 아닌, 우리에게 삼성이라는 유명 브랜드에 헛발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의식해 만든 빅스비 전용 호출 버튼이 쓸데 없이 빅스비를 호출하거나 호출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사용자들로부터 쏟아지자 버튼 호출 기능을 제거해 있으나 마나 한 버튼으로 만들어버렸다. 빅스비의 알림은 구글 어시스턴트처럼 특정 위치로 이동하면 일정 등을 상기시켜주는 알림보다 특별하지도 않다.

카메라에 통합된 '빅스비 비전(Bixby Vision)'은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가 사물을 향하면 사물에 대한 정보(크기와 역사, 관련 이벤트나 뉴스 등)를 자동으로 검색할 수 있는 '구글 고글(Google goggle)' 앱과 유사하다. 일부 사용자들은 사물 인지나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평을 내놓고 있다. 구글 고글은 머지 않아 구글 어시스턴트에 통합 될 것이어서 역시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빅스비의 핵심 기능은 음성비서 '빅스비 보이스(Bixby Voice)'지만 삼성은 빅스비 보이스를 본질적인 가상비서의 역할보다 사용자의 휴대전화를 통제하는 방법에 중점을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앱을 열거나 음악을 틀거나 정보를 검색하는 등의 지시는 잘 실행했지만, 화면을 캡처해 이메일이나 SNS에 올려달라는 등의 개인화된 명령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검색, 날씨, 일정 등의 요청은 이미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매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히려 수행능력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지도, 구글포토, 지메일, 유튜브, 일정, 구글검색은 물론 오피스 앱을 활용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반해 빅스비가 아직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 특성상 학습시간이 필요하지만 삼성이 아직 영글지 않은 빅스비를 서둘러 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업체인 비브랩스(VIV Labs)를 지난해 11월 인수한 지 4개월 여 만에 출시한 서비스다. 짧은 기간 비브랩스 원천기술이 모두 적용됐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삼성전자는 자사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기술에 비브랩스의 혁신 기술을 접목시켜 빅스비 기반의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업그레이드된 '빅스비 2.0'을 공개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빅스비 스피커'도 공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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