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5월 시작한 명량해협 수중발굴조사의 성과를 12일 공개했다. 명량해협에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으며, 발굴 유물 수는 모두 910여 점으로 늘었다.
올해 발굴조사에서 나온 유물 중에는 고려청자가 많았다. 아름다운 비취색과 화려한 문양이 특징인 청자 잔과 유병(油甁·기름을 담는 병)이 물 밖으로 나왔다.
김병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상태가 양호한 고려청자가 여럿 발굴됐다"며 "생산 시기는 12∼13세기가 대부분이고, 전남 강진에서 만들어진 청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닻이 물속에 잘 가라앉도록 하는 닻돌이 10여 점 발굴됐고, 돌포탄이 6점 나왔다. 선원들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유물인 금속 숟가락도 찾아냈다.
다만 기존에 나왔던 총통이나 노기(弩機·쇠뇌) 같은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 최첨단 탐사 장비인 수중초음파카메라와 스캐닝소나를 도입해 유물 매장처로 추정되는 곳에서 다수의 유물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명량해협은 남해와 서해를 잇는 길목으로 예부터 많은 배가 왕래했으나 조류가 빨라 난파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고 전한다. 조사 지점은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격파한 울돌목에서 4㎞ 떨어져 있으며, 고려 후기 무신인 김방경이 삼별초군을 진압하기 위해 상륙한 벽파항과도 가깝다.
김 연구관은 "명량해협 발굴은 내달 2일까지 한 뒤 조사 보고서 작성에 들어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장소를 바꿔 전남 영광 앞바다에서 수중발굴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