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간판 나성범은 올해 KBO 리그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해까지 정규리그에서는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했으나 가을만 되면 고개를 숙였다. 작년까지 나성범의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은 0.224에 불과했다.
나성범은 마음을 비웠다. SK 와이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마치고 "항상 가을야구가 끝나면 후회했다. 정규시즌에서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는 반도 못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그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첫 경기부터 즐기는 분위기로 편안한 마음으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SK의 기세를 꺾은 1회말 선제 결승 3점홈런을 터트린 날이었다.
나성범의 대포가 또 한번 마산벌을 들었다 놨다. 나성범은 11일 오후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팀이 5-4로 앞선 5회말 중월 투런홈런을 때렸다.
NC에게는 단비와 같은 한방이었다. 5회초 2점을 내주며 1점차로 쫓긴 NC는 나성범의 투런홈런이 터지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4회말 송승준에 이어 등판해 3명의 타자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김원중을 상대로 터트린 홈런이기에 가치가 더 컸다.
나성범은 정규리그 때 쌓은 경험을 노하우로 활용했다. "김원중 선수가 정규리그에서 붙어봤을 때 직구로 맣이 승부하는 투수라 생각하고 직구만 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NC는 김원중과 롯데 불펜을 무너뜨리며 5회말에만 5점을 뽑았다. NC는 결국 롯데를 13-6으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갔다. 이제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겼다.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우익수 나성범은 6회초 선두타자 전준우의 타구를 잡지 못해 출루를 허용했다. 안타로 기록됐지만 실책성 플레이였다. 1사 만루 기회가 이어졌다. NC가 10-4로 앞서나갔지만 롯데가 점수를 뽑으면 흐름이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
하지만 나성범은 박헌도의 우익수 플라이 때 홈으로 쇄도하는 전준우를 완벽한 송구로 잡아내며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지웠다. 결정적인 호수비로 실수를 만회한 것.
나성범은 "중요한 상황에서 실수를 해 분위기가 반적되지 않을까 싶었다. 수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2차전까지 잠잠했던 양팀의 중심타선 중 어디가 먼저 깨어날지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NC가 확실히 기선 제압을 했다. 스크럭스는 1회말 선제 투런포를 쏘아올렸고 나성범은 5회말 롯데의 추격 의지를 꺾는 천금같은 쐐기포를 쏘아올렸다. 5번타자 모창민도 대포 행진에 가세했고 '깜짝 스타' 노진혁은 홈런 2방을 쐈다.
NC는 무엇보다 나성범의 대포가 반갑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결정적인 순간 나성범은 확실한 노림수를 두고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그 어떤 후회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나성범은 올해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타율 0.412, 2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나성범이 정규리그에 이어 가을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면 NC 타선의 무게감을 몰라보게 달라진다. 자신의 실수를 직접 만회하는 집중력도 돋보였다. 나성범의 가을 DNA가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