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경찰서는 딸의 친구인 A(14) 양을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야산에 묻은 이영학(35)을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지난 5일 검거했다.
경찰은 "A양은 지난 1일 오전 11시 53분 이후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A양의 어머니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쯤으로부터 무려 12시간 30분이 지난 다음이다.
◇'범죄 사실 특정할 수 없어서'…집주변 맴돈 경찰
경찰은 실종 신고를 접수한 그 직후 관할 지구대를 통해 신고인 조사를 마치고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은 A양과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이 씨의 딸 이모(14) 양이었다는 사실을 이튿날인 1일 오후 9시가 돼서야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2일 오전 11시쯤 처음으로 서울 중랑구의 이 씨 집을 찾아갔으나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되돌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사실을 특정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비로소 이 씨의 집에 들어선 것은 이날 오후 9시였다. 경찰은 거실에서 향을 피운 듯한 흔적을 발견했을 뿐,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해당 시간은 A양을 숨지게 한 이 씨 등이 이미 강원도로 떠나 자취를 감춰버린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마지막으로 만난 이가 이 씨의 딸이란 점이 일찍 확인됐으면 일찍 특정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직접 이 씨의 집 안을 확인한 것 역시 A양과 이 양의 관련성을 확인한 지 24시간여가 흐른 다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A양의 어머니는 이 양의 집주소를 아는 친구를 직접 찾아내 함께 현장을 찾아냈고, A양의 아버지는 이 씨의 집을 들여다보기 위해 직접 친구를 통해 사다리차를 동원하기도 했다.
◇뒤늦은 수사 공조에 살해 시점까지 '오락가락'
경찰 내 관련 부서 간 수사 공조가 뒤늦게 이뤄진 점 역시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 중랑구 이 씨의 집을 특정한 경찰은 주변 주민들을 통해 한달 전 이 씨의 아내 최모(32) 씨가 투신해 숨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지난 3일 해당 자살 사건을 수사하던 부서와 공조를 시작했다.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이틀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관계 부서들이 협력해 A양의 실종에 범죄 혐의점을 두고 수사를 시작한 셈이다.
심지어 경찰 수사는 현재까지도 '오락가락'인 실정이다.
A양의 사망 추정 시간이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경찰이 밝힌 이 씨의 범행 날짜는 피해 학생인 A(14) 양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30일 오후였다. 그러나 지난 11일 경찰은 돌연 A양의 사망 추정 시간을 지난 1일 오전 11시 53분 이후로 바꿨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의진술이 조금씩 바뀌었다"고 해명했으나 사망 추정 시간이 늦춰진 만큼 달라질 수 있는 구체적 범행 수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