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현장검증…분노한 주민들 "나쁜놈…소름끼쳐"

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씨가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 현장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시신이 든 검정색 가방을 차에 싣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딸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어금니 아빠' 이모(35) 씨의 현장검증이 11일 열린 가운데 지켜보던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 현장으로 지목된 서울 중랑구 이 씨 자택 앞은 이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주민들과 취재진, 경찰 등 백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 씨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오전 9시 30분쯤 형사기동대 승합차를 타고 도착했다.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주황색과 노란색이 섞인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전날 병원에서 나올 때 탔던 휠체어는 보이지 않았다.

형사 두 명이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가운데 "현장검증에 동의하시냐"는 질문에 "예, 예"라고 짧게 대답한 뒤 현장이 있는 다세대 주택 입구로 들어갔다. 범행동기와 사건경위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나지막이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1시간쯤 다시 나온 이 씨의 손에는 검은색 여행용 가방이 들려 있었다. 시신을 옮기는 과정을 재연하기 위해 준비된 관용 승합차에 이 씨는 가방을 옮겨 실은 뒤 경찰 포승줄에 묶인 채로 현장을 떠났다.

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씨가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 현장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시신이 든 검정색 가방을 차에 싣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주변에서는 손가락질과 함께 "나쁜 놈", "살인자", "토할 것 같아", "소름 끼친다"라는 등의 원성이 터져 나왔고 '쯧쯧' 혀를 차는 소리도 들렸다. 가까이서 현장을 볼 수 있는 바로 옆 건물 통로에는 몰려든 주민들로 가득 찬 상태였다. 스마트폰을 꺼내 현장을 찍는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 김모(37) 씨는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애기가 그렇게 된 게 너무 가슴 아프다"면서 "엄마 아빠는 진짜 어떻겠냐"고 호소했다.

아침부터 나와 기다렸다는 남모(62) 씨는 "우리 동네에서 일어났는데 진짜 할 말이 없다"며 "사탄의 역사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딸(14)의 친구 A(14) 양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이어 시신을 가방에 실어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5일 체포됐다.

그동안 시신 유기에 대해서만 인정해왔던 이 씨는 10일 조사 사흘 만에 살인 혐의를 시인했다. 또 조사 결과 딸 이모 양 역시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A 양에게 건네는 등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런 가운데 이 양은 A 양이 숨진 것을 발견한 직후 친구들에게 "놀이공원에 가자"거나 "심심하니 같이 놀자"는 등 태연하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에는 친구들과 만나 서점을 가고 운동화를 사며 평범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양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현장검증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방법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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