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혁신은 시간이 걸린다고 치더라도 가시적인 정책 혁신이 없고,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의 실정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자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더해 노 전 대통령의 유족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에 오히려 구태정치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3일 홍준표 당시 당권 후보는 '대선 패배 후 칩거'라는 관행을 깨고 다른 후보들 중 가장 먼저 정계로 복귀했다. 홍 대표는 무너진 보수우파를 재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자기 자신이라고 강조하며 혁신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홍 대표가 내걸었던 혁신은 세 가지였다. 인적혁신·조직혁신·정책 혁신 등이다. 홍 대표는 이를 위해 혁신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히며 "단칼에 환부를 도려내겠다", "오직 국민만 보자", "정책도 법률도 예산도 국민의 목적에서 생각하자"는 발언을 쏟아냈다. 실제 홍 대표는 빠르게 혁신위를 구성했고 자기 자신도 혁신의 대상이라고 표현했다.
'단칼에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말에 포함됐던 인적 혁신, 즉 친박청산 문제도 '단칼'이 아닌 몇 번의 칼질로 지지부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위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을 권유한 것은 약 한 달 전이지만 홍 대표가 직접 나서 징계의 시행 시점을 10월 중하순으로 미뤘다.
친박 출당이 보수 통합을 위한 포석이라는 이유로 바른정당에서도 정치공학적,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가운데 친박계의 반발에 밀려 출당의 시점도 뒤로 늦추면서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게 됐다. 당내에서는 "처음 2~3달 동안 혁신을 못 하면 앞으로도 못 하는 것"이라는 불신도 나왔다.
이같은 한국당이 최근에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연일 화두로 올리고 있다. 한국당의 인적 청산은 뒤로 하고 대신에 김대중·노무현 정권 공격에 몰두하는 셈이다.
유족, 특히 권양숙 여사의 경우 공소시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어 정우택 원내대표는 연휴 직후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5대 신적폐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할 방침이지만, 신적폐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노무현 좌파 정권 10년의 원조 적폐에 대해서도 그 뿌리까지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
적폐 청산에 정치 보복으로 맞서고 있는 홍 대표는 연휴 직후에는 현 정부의 '정치 사찰'을 주장했다가 관계 기관이 반박성 해명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9일 "수행비서의 휴대폰 통신조회를 군·검·경 등 5곳에서 했다"며 "무슨 의도로 통신조회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지만, 하루 뒤인 10일 경남지방경찰청은 "수사가 진행 중이던 사건 당사자와 홍 대표의 수행비서가 통화한 기록이 있어 확인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 MBC 김장겸 사태 당시 정기국회 보이콧 등을 통해 홍 대표가 10%대에 머물던 한국당의 지지율을 최근 20%까지 올려놓는 등 '보수 결집'에서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는 평도 나온다. C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9월 4주차 기준 전 주보다 2.9%p 오른 20.0%로 집계됐다.
홍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4박 6일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11월 초 당협위원장 교체 등 당 혁신과 보수통합 등 당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