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개발, 출발, 새싹 기업, 심장충격기, 비상전화..
- 알기 쉬운 우리말 놔두고 왜 영어를 써야 하나?
-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도 고쳐야 할 용어들
-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말,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불이익 받지 않아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0월 09일 (월)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건범 대표 (한글문화연대)
◇ 정관용> 오늘 571돌 맞는 한글날입니다. 지난 20년 가까이 국어 시민운동에 앞장서온 한글문화연대의 이건범 대표를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어요. 얼마 전에 <언어는 인권이다> 이런 제목의 책을 펴내셨는데, 언어가 어떻게 인권 문제와 연결되는 건지 자세한 얘기 듣겠습니다. 이건범 대표 어서 오세요.
◆ 이건범> 안녕하세요. 이건범입니다.
◇ 정관용> 언어가 인권이에요?
◆ 이건범> 인권이 여러 가지가 있죠. 언어도 인권에 포함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 정관용> 왜요?
◆ 이건범> 말과 글이라는 게 사람이 자기 생각하는 것 이것을 표현하는 연장이자 수단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신, 훈민정음 서문 거기에 보면 백성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그런 것을 ‘어엿비’ 여기셔서 문자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처럼 결국은 말과 글이 그냥 우리가 보기에는 의사소통 수단이다, 그냥 이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그 의사소통을 하려고 하는 목적은 결국은 자기 생각,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 이런 것을 표현하는 거거든요.
◇ 정관용> 표현의 자유?
◆ 이건범> 표현의 자유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고 또 그다음에 표현의 자유가 있으려면 뭘 세상이 나한테 요구하는지 알아야 되지 않습니까?
◇ 정관용> 알권리?
◆ 이건범> 알권리와도 연결돼 있는 거겠죠. 그래서 결국은 정말 국민의 기본권하고 관계돼 있고 언어가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사용할 때 어떻게 사용하느냐 이런 것에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의 문제하고도.
그러니까 학력 차이나 외국어 능력 차이 이런 것 때문에 어떤 사람은 이걸 알아먹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못 알아듣는다, 이런 건 또 국가가 특히 그런 평등권을 해칠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하게 될 때 문제가 생기겠죠.
◇ 정관용> 오늘 문재인 대통령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했던데. 그게 사실 같은 맥락이군요?
◆ 이건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 당시에 백성들은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한자로 된 공문서를 읽을 수도 없고, 알권리를 침해당한 것이고. 자기가 뭔가 정부기관에 하다 못해 뭐라도 하나.
◆ 이건범> 벽보라고 하나 붙이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다 오갔다?
◆ 이건범> 그렇죠. 그래서 잡혀가서 뭔가 자기가 무죄인데도 고문을 당하고 거기에 이두문으로 이런 걸 써서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이렇게 나왔을 때 그걸 읽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결국은 그런 문제를 세종께서 딱히 보신 거죠. 이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런 어떤 백성들이 알아야 할 필요, 그리고 자기 뜻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환경, 이 문제 때문에 한글을 창제하신 거죠.
지금 우리가 한글 전용 잘하고 있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진척이 되어 있는 셈인데 요즘은 “아이 엠 어 보이”를 한글로 쓴다고 해서 그게 우리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영어죠. 그런 식의 표현이 너무 많은 거죠.
그러니까 외국어 낱말이 너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이제 우리 상황에서 상당히 또 어지러운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보다 전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지만 조선시대 공식문서는 대부분 또 한자로 썼단 말이에요.
◆ 이건범> 그렇죠. 주류 문서들은 한자로 썼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런데 이제 지금은 공문서든 뭐든 한글로 쓴다는 말입니다.
◆ 이건범>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완전히 해결된 거예요? 민주주의 인권 문제가?
◆ 이건범> 그렇지 않죠. 제가 오늘도 발표를 했는데 저희가. 정부의 석 달치 보도자료를 저희가 늘 분석을 하거든요, 매년. 그런데 정부 보도자료 석 달 치를 분석해 볼 때 보도자료 하나에 그냥 로마자 같은 외국 문자로 본문에 그냥 막 쓰고 있는. 예를 들면 R&D 이런 거를 그냥 영어로 써놓는 거죠. 그리고 리스크.
◇ 정관용> ‘연구개발 투자’ 이렇게 써야 될 걸 R&D..
◆ 이건범> 한글도 아니고 영문 로마자로 R&D 이렇게 쓴다든지 심지어 킥오프 이런 거 KICK OFF 이런 식으로.
◇ 정관용> 킥오프가 뭐예요?
◆ 이건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출발한다는 거 아닌가요? 그다음에 스타트 업. ‘새싹 기업’이라고 하면 제일 좋겠죠.
◇ 정관용> 새싹 기업.
◆ 이건범> 창업 기업, 새싹 기업 이렇게 하면 제일 좋을 텐데.
◇ 정관용> 저도 스타트업 많이 썼는데 이거 반성해야 되겠는데요. 새싹기업 좋네요.
◆ 이건범> 그런 말을 좀 썼으면 좋겠는데 이걸 한글로만 스타트업 이렇게 쓰는 게 아니라 영어로 ‘start up' 이렇게 공문서에 쓰는 게 꽤 있습니다.
그래서 보도자료 1건마다 한 3번 정도 그런. 이거 국어기본법이라는 실정법 위반 사항인데 제가 오늘 경축식 직전에 이낙연 총리님께 그런 말씀을 한번 드렸고 또 총리님도 경축사 하시면서 정부가 먼저 반성하겠다, 이런 말씀을 준비를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기대를 좀 해보겠습니다.
◇ 정관용> R&D, 스타트업 이 정도는 써도 되겠지 생각하는데. 사실은 이것도 못 알아들으시는, 해독 못 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거죠.
◆ 이건범> 맞습니다. 저는 그래서 공무원분들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가 쓴 공문서를 내 어머니께서 읽으셨을 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저는 이런 관점으로 공문서 작성을 하시고 정책 용어를 선정하고 그렇게 하시는 게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어떤 첫걸음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이 책의 이런 표현이 눈에 들어와요. “누구라도 어떤 단어를 몰라서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 이건범> 사실 이건 영국에서 먼저 일어났던 일인데 저도 뒤늦게 알았습니다마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죠. 그러니까 뭐냐 하면 지하철에서 가끔 보셨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생각 없이 그냥 보면 뭔지 모르는 ‘자동제세동기’. 예전에는 전부다 AED라고만 써 있었는데.
◇ 정관용> AED? 심장제세동기?
◆ 이건범> 여러 가지로 번역이 되고 있습니다, 자동제세동기 이런 것들. 그런데 2015년인가요, 지하철에서 심장 정지가 왔는데 심정지가 왔는데 이분을 응급처치하는 과정에서 이 기기를 제대로 사용을 못한 거예요, 처음에. 왜냐하면 이것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그 이름만 봐서는 잘 모르는 거였죠.
◇ 정관용> 그러네요.
◆ 이건범> 그래서 저희도 이걸 ‘심장충격기’로 바꾸자고.
◇ 정관용> 심장충격기?
◆ 이건범> 그래서 의사협회에다 질문을 했을 때 이게 이렇게 바꾸었을 때 특별히 오해의 소지는 없는가 물어봤더니 의사협회에서도 괜찮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그래서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께서 그런 지난 19대에서 마지막에 아마 그런 법안에 일부 손질을 하고 또 올해 한 한 달 전인가요, 행정안전부에서 자동제세동기는 심장충격기로 바꾼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 정관용> 지금 지하철역에 가면 뭐라고 써 있어요?
◆ 이건범> 아직도 제세동기나 AED 써 있는 곳 많고 일부 바뀐 곳도 있고 그런 식입니다.
◇ 정관용> 왜 안 바뀔까요, 이런 게?
◆ 이건범>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 정관용> 그처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시급히 고쳐야 할 용어들이 또 뭐가 있습니까?
◆ 이건범> 저는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싱크홀.
◇ 정관용> 싱크홀?
◆ 이건범> 이게 땅꺼짐인데.
◇ 정관용> 땅꺼짐.
◆ 이건범> 구덩이가 갑자기 생기는 거지 않습니까? 갑자기 꺼지는 거죠. 이걸 싱크홀이라고 부르는 거죠. 언론에서 이걸 먼저 시작한 건지 아니면 정부에서 먼저 이걸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전부 다 땅꺼짐이라고 쓰지 않고 그냥 싱크홀, 싱크홀. 저는 그때가 특히 세월호 사고가 나고 바로 직후에 송파구에서 땅꺼짐 현상이 일어났는데 이걸.
◇ 정관용> 맞아요, 석촌호수 주변.
◆ 이건범> 세월호 사고 같은 큰 재난 안전 관련된 그 사고를 보고 나서도 우리가 어떤 그런 말을 사용하는데 국민의 상당수는 사실 못 알아들을 말. 그런 말을 그냥 쓰고 있습니다.
◇ 정관용> 또 있습니까, 싱크홀 외에?
◆ 이건범> 많습니다, 그런 말들이. 지하철에서도 보면 응급전화 이런 걸 ‘이머전시(Emergency)’라고 영어로만 붙어 있어요.
◇ 정관용> 그래요? 영어로 써 있습니까?
◆ 이건범> 이건 아예 로마자로 그냥 그렇게 적혀 있고. 그 다음에 손잡이나 난간이라고 해야 될 걸 핸드레일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그걸 못 알아듣는 일들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한자로 된 말들 가운데서도 도로에서 운전하시다가 그런 표지판을 보셨을 수도 있어요.
◇ 정관용> 뭐요?
◆ 이건범> 단차구간 주의. 단차가 뭘까?
◇ 정관용> 무슨 뜻입니까?
◆ 이건범> 영어로 그 옆에 드랍 오프(drop off) 그렇게 써 있어요. 그래서 이쪽 차선으로 그 옆길하고 약간 높이 차이가 나요.
◇ 정관용> 높이 차이가 있다.
◆ 이건범> 바닥 높이 차이가 있다고 분명하게 해 주는 게 좋은데 이건 '단차' 이렇게 얘기를 딱 해 버리는 거죠.
그런데 이 말은 여기서만 전문적으로 사용하던 또는 제가 보기에는 아마 일본식 조어법인 것 같은데 그런 말을 쓰게 되면 사실 불쑥 접했을 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월파’ 이런 말도 있어요. 파도가 넘쳐오는 것, 월파라고 부르던데 그런 말들이 재난이나.
◇ 정관용> 아직도 쓰이고 있어요?
◆ 이건범> 쓰이고 있어요.
◇ 정관용> 해안가에 가면 월파주의 이렇게 써 있어요?
◆ 이건범> 그리고 재난안전 관련 국민행동요령, 정부에서 물론 해놓은 거죠. 그 안에도 그런 말이 들어 있습니다.
저희가 그런 것들을 다 분석을 해서 지난 토요일부터죠. 광화문에서 시민투표를 하고 있거든요. 16개, 이건 정말 괴물 같은 말들이다. 예를 들면 임시로 차를 주차시켜서 마중 나온 다음에 그 사람을 태우고 가는 곳 이런 데를 어느 곳에서는 키스 앤 라이드(kiss and ride), 이런 식으로 표지를 붙여놓은 거예요.
그래서 저거 도대체 뭐냐, 모든 사람들이 저게 뭐냐. 아마 미국에서 누가 어느 공무원이 보고 오셨나 보죠. 그렇게 만들어놨던데. 그런 말들이 있는 거죠.
◇ 정관용> 조금만 궁리하면 좋은 우리 말로 쓸 수 있을 텐데.
◆ 이건범> 쓸 수 있죠. 마중하고 배웅하는 곳 이렇게 할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 것을 광화문에서 저희가 시민투표에 붙였어요. 거리에서 세종대왕 동상 바로 앞에서, 16개의 말을 정말 괴물 같은 말을 붙여놓고 거기에 딱지 5장씩 나누어 드리고 정말 먼저 바꿔야 할 말 5개에다 한 장씩 붙여 달라.
◇ 정관용> 현재 1등이 뭡니까?
◆ 이건범> 제가 보기에는 굿닥이에요, 굿닥.
◇ 정관용> 굿닥?
◆ 이건범> 굿닥이 뭘까요? 서울 지하철에 보면 뜻은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비상약품함을 만들어놨어요. 그런데 거기 표기를 굿닥이라고 해 놓은 거예요.
◇ 정관용> 영어로?
◆ 이건범> 아니요, 한글로 해 놨어요.
◇ 정관용> 한글로 그냥 굿닥? ‘굿 닥터’를 줄인 거군요.
◆ 이건범> 그럴 것 같아요.
◇ 정관용> 좋은 의사를 줄여서 그냥 굿닥.
◆ 이건범> 저는 그게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어떤 말을 쓸 때 특히 공공에서 사용하는 말은 어떤 비용하고도 관계가 있거든요. 사회적인 비용을 이건 모르면 질문하게 되고 그러면 대답해야 되고, 그럴 일이 생기는 거거든요. 예전에 서울시에서 한번 ‘맘프러너’ 창업보육센터 이런 것을 만들었었는데 맘프러너가 뭐냐. 맘프러너.
◇ 정관용> 맘프러너?
◆ 이건범> 맘은 마마 그다음에 엔터프러너(entrepreneur)는 기업가. 여성 기업가를 새로 창업하는 이런 걸 맘프러너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그런 경우를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보는 거죠.
◇ 정관용> 여성 기업가를 맘프러너.
◆ 이건범> 요즘은 그런 맘 붙이는 게 워낙 많아서, 나중에 결국 대디맘 이런 말까지 나오던데 아빠가 엄마 역할을 하는 대디맘. 이렇게도 부르던데, 그런 정도로 사람들에게 자칫하면 그런 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왕따 당하는. 어떤 경우에는 또 자괴감을 느낄 수 있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그런 문제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오래 전부터 우리 법전에 너무나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서 이거 좀 고칩시다, 끊임없이 부르짖어서 법무부도 나서고 해서 조금 조금씩 바꾸고 있다 이런 건 들었는데 법전이야말로 솔직히 우리가 읽을 일도 없습니다마는 우리 주변 지하철역이나 도로에 여전히 그런 표현이 많군요.
◆ 이건범> 그렇죠. 요즘은 특히 제가 보기에는 예전에 있던 말 중에는 한자어 중에 일본어, 일본의 잔재 같은, 그러나 우리가 또 함부로 바꾸기 어려운 그런 말들인데, 요즘은 영어가 압도적으로.
◇ 정관용> 영어식 표현으로 그냥.
◆ 이건범> 자리를 옮겨가고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래요. 그 단어를 몰라서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다.
◆ 이건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리고 사람들이 그걸 특히 우리 사회에서 영어 능력은 자신의 학력, 학벌. 이런 거하고 깊이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기준이 조금 형성돼 있기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거죠.
스스로 그런 것을 이거 불편하다, 이거 몰라서 힘들다, 이런 말을 잘 못 하는 거예요, 부끄럽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 정관용> 모르는데 그냥 아는 척.
◆ 이건범> 그러다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내 자식은 그런 세상에 살지 않게 해야지 해서 영어 이쪽으로 몰아가는.
◇ 정관용> 또 한 가지 표현이 책에, 어려운 말은 어려운 이의 어려움을 더 키운다.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 이건범> 전반적으로 어찌 보면 장애인이나 그 다음에 경제적으로 좀 빈곤한 이런 분들, 가난하신 분들. 이런 분들이 보면 사회적으로 어렵다고들 생각하잖아요. 어렵게 사는 분들이다. 그런데 그분들이 경향적으로 본다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경향적으로 어떤 학력이나 학벌 이런 면에서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에게 다가가는 말들에서도 보면 상당히 어려운 말들이 많이 있어요. 복지 용어 같은 경우에 저도 처음에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몰랐던.
◇ 정관용> 뭐요? 뭐요?
◆ 이건범> 예를 들면 급여제도 이런 게 막 나와요. 무슨 급여, 요양급여, 재가급여 이렇게 나오는데. 이 급여라는 것은 뭐지?
◇ 정관용> 월급도 아니고.
◆ 이건범>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급여라고 하면 월급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마 이걸 영어로 바꾸면 그 월급은 샐러리(salary)인데, 이 급여는 영어에서는 베네핏(benefit)이라고 부르는 그런 것.
사회가 품어 안기 위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품어 안기 위해서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그런 측면에서 뭔가를 제공해 주는 그런 급여인데 그걸 한자도 같은 급여고 한글로도 급여로 쓰는 그런 말인데 이게 헷갈리더라고요, 이게 무슨 뜻일까, 도대체.
◇ 정관용> 그걸 뭐로 고치면 좋을까요?
◆ 이건범> 글쎄요, 그건 사회복지 일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요구를 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저희한테 그런 요구들 되게 많이 하는데 저희는 사실 무보수로 일하고 있거든요. 너무 힘들어요.
◇ 정관용> 그분들이 고민해야죠, 사실.
◆ 이건범> 해 주셔야 돼요. 저희들도 가끔 그런 제안들을 하는데. 예를 들면 의료 쪽에서도 포괄수가제 이런.
◇ 정관용> 어려운 말입니다.
◆ 이건범> 국민들이 잘 모르거든요. 이게 쉽게 표현한다면 질환별 의료비정찰제라는 말인데 같은 병에 대해서는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같은 의료비를 내게 되는 그런 건데, 이걸 포괄수가제라고 하니까 건강보험 관점에서는 수가가 어떻고 이러다 보니까 포괄적으로 어떻게 처리한다 그래서 포괄수가제라고 부르는데..
◇ 정관용> 그쪽 세계에서는 그게 개별수가제의 반대말로 포괄수가제. 그냥 그렇게 하는 건데. 둘 다 사실 어려운 말이 되는 거죠.
◆ 이건범>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의료급여, 요양급여 이것도 좀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요즘 바우처 이런 거 자꾸. . .
◆ 이건범> 저도 사실은 시각장애 1급이라서 활동보조 이런 것을 지원 받는데. 제가 갔을 때도 바우처를 사용하는데 처음에 그 바우처 사용하는 법을 전혀 몰랐고 제가 바우처의 개념을 제가 몰랐던 거죠, 당연히.
저는 사실 물어봤어요. 이게 뭐냐 바우처가. 저는 좀 그런 면에서 비교적 용감한 편인데 사실 그렇게 쉽지 않아요.
◇ 정관용> 사람들이 못 물어봐요?
◆ 이건범> 못 물어보고 그냥 웅얼웅얼 듣다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사실 그게 나중에는 더 많은 어떤 비용을, 사회적인 비용을 낭비하게 만드는 요인이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 정관용> 우리가 보통 한글날 그러면 표준어를 씁시다, 바르고 고운 말을 씁시다, 이런 캠페인들만 접해 왔는데 오늘 이건범 대표 말을 들으니까 민주주의와 인권의 측면에서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쉽고 말하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되는 그렇게 이 사회의 모든 용어를 바꿉시다, 이런 운동을 해야 되겠군요.
◆ 이건범> 그런 운동을 하고 있는 거고요, 저도.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제가 지금 합니다. 사실 우리가 자장면이라고 쓰든지 짜장면이라고 쓰든지 그 맛에 차이가 있는 건 아니거든요.
◇ 정관용> 그건 대수가 아니다.
◆ 이건범> 그러니까 언어 내부의 문제에 너무 우리가 그동안 붙잡혀 있어서 이걸 맞춤법이 틀렸네, 맞았네, 띄어쓰기가 됐네, 안 됐네. 저는 그런 걸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눈을 좀 더 사람에 대한 말과 사람, 사회. 이런 쪽으로 조금 넓게 보고 그 속에서 말이 사람의 생활에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또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그런 문제에 대해서.
◇ 정관용> 알겠습니다. 말과 사람과 사회의 관계. 결국 민주주의와 인권이 존중되는 말 글 사용. 그것의 제일 큰 책임은 정부와 공공기관에 있는 것 같습니다.
◆ 이건범> 먼저 그쪽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아주 귀한 말씀 오늘 잘 들었습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건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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