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샘표, 밉보인 대리점에 "거래처 넘겨줘라"

녹음파일 입수…대리점주 "복합 대리점이란 이유로 보복 당해"

(자료사진=샘표 홈페이지 캡처)

식품업체인 샘표가 다른 업체의 물건을 함께 파는 복합(비전속) 대리점이라는 등의 이유로 인근에 새로운 대리점을 내주고 기존 거래처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CBS노컷뉴스는 9일 이런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인천 지역에서 대리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4월6일 재계약을 맺은 지 일주 일만에 샘표 본사 차장인 B씨와 만나 대리점 문제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내용은 거래처에서 A씨의 대리점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으니 인근에 다른 대리점을 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A씨가 납품하는 거래처에서 본사로 직접 항의가 들어왔다며 이유를 들었다.

본사 차장 B씨는 특히 "여러 곳의 업체에서 납품받는 복합대리점이지 않느냐"며 "(다른 곳을) 딱 끊거나 정리하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쉽다"면서 샘표 제품만 취급하는 전속대리점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B씨가 클레임이 제기됐다고 한 거래처 중에는 A씨가 실제 거래하지 않은 곳도 있었고, 대부분의 샘표 대리점이 복합 대리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A씨는 회사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회사는 실제 재계약을 맺은 지 한 달 만에 2.5km 떨어진 곳에서 다른 대리점을 내줬고, 새 대리점이 영업을 할 수 있게 기존 거래처를 인수인계해주라고도 요구했다.

A씨는 어렵게 개척한 거래처를 준수 없다며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막상 협상을 해도 본사의 태도로 봤을 때 불리해질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자 새로운 대리점은 애초 A씨가 맡았던 지역의 일부를 떼가기로 했지만, 나머지 다른 지역에서까지 와서 적극적인 영업을 했다. 회사는 신규 대리점이라는 이유로 물건 가격도 A씨보다 훨씬 싸게 공급해줬다.

새로운 대리점의 담당 지역은 A씨가 재정상태가 어려운 대리점을 인수하면서 추가됐던 곳이다.

현행법상 대리점에 대해 특정 구역을 할당해주는 것은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리점 간 출혈을 막기 위해 자기 권역 안에서만 영업을 하는 게 유통업계의 불문율이다.

이 때문에 A씨는 새로운 대리점을 내준 것에 대해 사실상 '보복 출점'이라고 보고 있다.

A씨가 "왜 내 권역을 넘어와서 장사를 하게 해주느냐"고 영업팀장인 C씨에게 항의하자, C씨는 "대리점을 신규로 내주는 건 회사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신규 대리점도 장사를 할 수 있게 거래처를 넘겨주고 그에 상응한 대가를 요구하고 협상을 하면 깔끔하게 해결된다"고 수차례 압박했다.

그는 새 대리점 사장이 유독 자신이 거래했던 곳만 족집게처럼 찾아내 싼 물건을 제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본사의 도움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A씨는 "사내 전산프로그램에 제 거래처가 나오는데 이를 넘겨받은 신규 대리점이 내 거래처만 골목골목 다 찾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샘표 본사는 지방에 싼 가격으로 공급한 물건을 A씨가 취급한 이후부터 '대리점을 그만 두라'는 압박을 했다고 한다.

샘표는 지난 2012년쯤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경상도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가격을 낮춰 물량을 공급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건은 역으로 수도권으로 올라와 도매점에서 값싸게 팔리고 있었다.

A씨는 일부 거래처에서 너무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받는 사실을 알고 어찌된 일인지 알아봤다. 그는 "도매점에서 대리점보다 더 싸게 파니 대리점들이 '도둑놈'이라고 욕을 먹을 정도였다"면서 "대리점들도 일부 물량을 본사가 아닌 도매점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지역에 특별 공급된 물건을 취급한 것은 다른 대리점도 마찬가지지만, A씨가 본사의 표적이 된 것은 A씨가 처음 이를 매입했고 다른 대리점들에게도 알려줬다고 본사가 추측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샘표 본사 측은 "대리점은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어 보복 출점이라는 말이 성립이 안 된다"며 "거래처를 인수인계하라고 한 것은 두 대리점을 중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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