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프레임 전쟁' 돌입…적폐청산 VS 정치보복

길었던 추석 연휴 민심 정반대 해석

여야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지역 민심을 종합한 결과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적폐 청산'이 민심의 주된 기류였다고 주장한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은 적폐 청산에 대한 '정치 보복' 우려가 주류였다고 반박했다. 적폐 청산이냐 정치 보복이냐의 프레임 전쟁은 10일 이후 이어질 정기국감 정국의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 민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싸잡아 비판…'적폐 청산' 국감 예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료사진. (사진=윤창원 기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9일 '추석민심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께서 민주당에 전달해주신 민심의 핵심은 역시 제대로 된 적폐청산을 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추석 민심이 '이게 나라냐'는 구호 아래 치러진 지난 대선 정국과 일관되게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국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어 만들어낸 정권임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보수야권에서는)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주도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추구하는 적폐청산은 국가 운영과 통치행위에서 상실된 공적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지난 보수정당 집권 9년의 적폐로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을 다시 거론했다. 추 대표는 "이번 주부터 정권교체 이후 열리는 첫 번째 국정감사가 시작된다"면서 "촛불민심이 국정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를 재차 겨냥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보수단체와 모의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계획했다는 것이 검찰에서 확인됐다"면서 "국정원이 야당 정치공작 차원에서 장기간 일련의 공작을 벌인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 한국당 '정치보복 대책TF' 대응, 국민‧바른정당 "적폐 청산 주된 민심 아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좌)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우) 자료사진. (사진=윤창원 기자)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수행비서의 휴대전화를 군과 사정당국 등이 통신조회를 했다며 자신을 정치사찰의 피해자로 지목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규정한 여권의 프레임에 맞서 당내 '정치보복 대책특별위원회'를 조직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보도대로 현 정부가) 개인 통신기록 100만 건을 수집했다면 정치공작 공화국"이라며 "수행비서 전화기만 통신조회를 군, 검찰, 경찰 등 한 다섯 군데에서 했다. 내가 누구와 통화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통신조회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오늘 회의가 끝나면 위치추적 기능을 다 꺼버리시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치보복 대책특위'는 여권이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으로 전선을 확대하려는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홍 대표는 "현 정부가 전 대통령에 이어 전전 대통령까지 정치보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정치보복 대책특위를 만들어서 이 정부가 하고 있는 정치보복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번 국정감사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후의 낙동강 전선이라고 생각하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원조 적폐'와 함께 문재인 정권의 안보‧경제‧졸속‧인사 등 5대 신(新)적폐에 대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가 모두 상대측의 전임 정부를 국감 표적으로 지목한 셈이다.

국민의당도 적폐청산 일변도의 여권 기류에 반감을 피력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과거로 돌아간 적폐논쟁이 아니었다"며 "추석 민심은 민생과 개혁, 그리고 외교안보였다"고 주장했다.

손 대변인은 그러면서 "대선 이후 나라가 나아질 것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과 외교가 제대로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고, 경제는 여전히 어려워 추석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사드 문제,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 등을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거론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현 정부가) 과거와 이렇게 싸우면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언제 앞을 보고 가느냐는 걱정이 많았다"며 추석민심 청취결과를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 이전 정부 적폐는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도 많았다"며 한국당과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폈다.

그는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 "문 대통령은 FTA 재개정 공약까지 한 분"이라며 "지금으로선 한미 FTA가 한국에 도움이 되고, 지키는 게 국익인 상황에서 이를 지키자고 하면 앞의 말들을 부정하는 셈이 되고, 개정 쪽으로 하면 국익에 지장이 가니 진퇴양난의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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