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코드로 스마트폰 감염, 보이스피싱…가상화폐로 돈세탁

택배사칭 등 문자로 악성코드 심어…확인전화 걸어도 사기범이 받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교묘해져 발신번호를 조작하고 가상화폐 계좌로 돈을 받아 가로채는 수법이 등장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한 사기범은 택배를 사칭한 문자메시지를 살포했다. '[○○통운] 운송장번호 [69XXXX] 주소지 미확인. 반송처리. 주소확인'이라는 내용과 함께 인터넷 주소(URL)가 찍혔다.

이 URL을 누르자 스마트폰은 악성코드에 감염됐다. 동시에 피해자의 전화번호가 사기범에게 전송됐다.

사기범은 이튿날 피해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피해자의 스마트폰에는 한 캐피탈 회사의 번호로 나타났다. 사기범은 "기존 대출금을 저금리로 바꿔주겠다"고 제안했다.

피해자는 뭔가 미심쩍어 기존 대출회사인 저축은행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악성코드 탓에 이 전화는 사기범에게 연결됐다.

의심스러운 마음이 가시자 오히려 굳게 믿은 피해자는 사기범이 알려준 대포통장 계좌로 3천900만 원을 보냈다.

사기범은 이 돈을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로 옮겨 비트코인을 샀다. 이어 자신의 전자지갑으로 보내 현금화했다.

사기범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이번에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걸었다. 피해자의 스마트폰에는 역시 금감원 콜센터(☎1332)로 표시됐다.

"어제 보낸 계좌가 대출 사기에 연루됐으니 무죄 소명을 위해 금감원 계좌로 2천만 원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는 발신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했지만, 이번에도 사기범에게 연결됐다.

뒤늦게 의심이 든 피해자는 근처의 금감원 지원을 방문하고 나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신종 보이스피싱 등장에 따라 '주의' 단계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올해 7월 이후 악성코드 설치로 금감원 콜센터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 상담은 18건이다. 올해 들어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1천652건 중 48%가 조작됐으며, 최근 두 달간 가상화폐를 이용한 피해도 50건(피해금 35억 원)이다.

금감원은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애플리케이션, 문자메시지는 악성코드가 숨겨졌을 수 있다"며 악성코드 감염을 방지하는 보안 앱을 권장했다.

또 이런 경우에는 발신번호 조작 가능성에 대비해 악성코드 감염 우려가 없는 유선전화 등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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