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들의 귀환 "전우들 곁에 묻어달라"

"가족들 위험한 나라라고 반대하지만 통일된 대한민국 보고싶다"

부산 유엔기념공원 전경. 자료사진
6.25 전쟁때 유엔군으로 활약했던 해외 참전용사들 중 일부가 사후(死後)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부 참전용사들의 가족들은 한반도 불안을 얘기하며 수만리 떨어진 타국에 묻어달라는 참전용사의 유언에 고민하지만 "목숨 걸고 싸웠던 나라의 통일을 보고 싶다"는 그들의 소원을 외면할 수가 없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6.25 참전용사인 네덜란드인 고 테오도르 알데베렐트씨가 전우들이 잠들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치됐다.

1951년 일등병으로 참전해 단장의 능선 전투와 철의 삼각지 전투 등에 참여했던 알데베렐트씨는 전역후 사업가로 일하다가 지난 2월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16년 5월 네덜란드 횡성전투 65주년을 계기로 우리정부의 6.25참전용사 재방한 프로그램 초청대상에 포함돼 한국땅을 다시 밟았고 경이롭게 발전한 대한민국을 보고 벅찬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네덜란드 참전협회에 자신의 유해를 동료들이 잠들어 있든 대한민국 땅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졌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금까지 6명의 해외 참전용사가 자신의 가족과 고국을 뒤로 하고 한국땅에 돌아와 묻혔다.

레몽 베르나르(프랑스)와 로버트 맥카터(영국),버나드 제임스 델라헌티(미국),니콜라스 프란스 웨셀(네덜란드),앙드레 벨라발(프랑스),테오도르 알데베렐트씨 등이다.

11월에도 프랑스 참전용사 1명이 한국땅에 들어와 영면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 재방문 행사에 참여했다가 발전된 한국의 모습에 감동하고 또 통일이 안돼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에 가슴 아파했던 이들이다.

국가보훈처 최정식 팀장은 "참전용사들 중 일부는 평생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힘든 삶을 살게 되는데 한국 재방문 행사에 참여해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 시절 목숨걸고 싸웠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병을 치유한 참전용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참전용사들이 전우들이 묻혀 있는 현장(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돌아보며 자신도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던 이 땅에 묻혀 죽어서라도 대한민국의 통일을 지켜보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현재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숨진 11개 나라 2천3백명의 유해와 전쟁이 끝난 뒤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사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영면한 6명의 참전용사가 잠들어 있다.

국가보훈처는 앞으로도 유엔참전용사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을 희망할 경우 정부 차원의 의전과 예우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참전국과의 혈맹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세대를 이어 참전용사 후손들과의 유대관계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적절한 예우와 지원을 위해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과 유엔참전국과의 우호증진에 관한 법률안'도 발의한 상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미·북간 말폭탄 주고받기 등으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죽어서라도 이땅에 묻혀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해외참전용사들의 뜻이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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