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했다. 결과만큼 내용이 중요했던 경기에서 ‘신태용호’는 내용도, 결과도 최악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축구대표팀은 신태용 감독 부임 후 3경기만에 골 맛을 봤다. 그것도 경기 막판 4골이나 맛본 러시아가 많은 교체 투입으로 잔뜩 경기 템포를 늦추고 나서야 2골이 터졌다.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는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던 경기였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가 드러낸 가장 큰 문제는 수비였다.
지난달 25일 해외파로만 구성한 23명 명단 가운데 유일했던 전문 왼쪽 측면 수비수 윤석영(가시와 레이솔)의 부상으로 시작된 신태용 감독의 고민은 권경원(톈진 취안젠)과 장현수(FC도쿄), 김주영(허베이 화샤)의 스리백에 중앙 수비수 출신의 김영권(광저우 헝다)을 왼쪽 측면 윙백으로 두는 ‘변칙 스리백’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권경원과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백업자원의 역할이 사실상 전부였던 김주영을 장현수가 이끌어야 하는 상황은 끝내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신태용 감독이 고민 끝에 내놓은 ‘변칙 스리백’은 실패작이다.
왼쪽 측면 윙백으로 나선 김영권 역시 전반 막판 러시아의 코너킥에서 나온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헛헤딩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경기 내내 불안한 모습이 계속됐다. 장현수도 4실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영권은 신태용 감독 부임 후 첫 번째 대표팀 소집에서 그동안 부진했던 수비진의 활약을 만회하겠다는 의미로 “중국화가 답이 되겠다”는 발언을 했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소집돼 부진했던 탓에 많은 축구팬의 비난이 계속되자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김영권은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9차전 직후 실언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탓에 비난은 배가 됐다. 우즈베키스탄전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인생 최악의 날을 맛본 김주영까지 더해지며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국화’ 논란은 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는 카를로스 테베스(상하이 선화)와 헐크(상하이 상강), 알렉산드르 파투(톈진 취안젠) 등 세계적인 공격수를 상대하며 경기력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됐던 한국 출신 중국 슈퍼리거를 향한 기대감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불과 8개월여 앞둔 현재 사실상 ‘바닥’을 찍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축구팬의 '뜨거운 환호'가 아닌 '차가운 실망'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