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정의 여파로 실제 수입제한 조치가 취해질 경우 연간 1조원이 넘는 삼성과 엘지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의 물량이 크게 늘어나, 이들과 경쟁하는 미국 내 세탁기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앞서 지난 6월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이 삼성과 엘지를 겨냥해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즉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해달라며 청원을 낸데 따른 것이다.
이번 피해인정 판정이 당장 삼성과 엘지 세탁기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앞으로 청문회를 거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ITC가 4대 0 만장일치로 피해를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고,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감안하면, 이번 판정이 세이프가드 발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공청회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올 연말쯤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일정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인정해주는 저율관세할당 등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과 엘지가 미국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모두 10억달러, 1조1400억원에 달한다. 삼성과 엘지는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38%를 점유한 월풀에 이어 각각 16%와 1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앞서 지난달 7일 열린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미국도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동안 한국산 제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1조원이 넘는 미국 세탁기 수출 시장에 대한 타격은 물론, 추가적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 등이 도입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되는 것이어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