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다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 단 두 살 많은 남자에게 '아저씨'라 부르며 맹목적인 애정공세를 펼친다. 그 사람의 의사를 헤아리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더 적극적이었고. 반면 앙숙처럼 지내는 남자에게는 조금 심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짓궂거나 무례하게 군다.
'이 세상에서 스물 셋이란 나이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지윤 역을 맡은 고원희는, 자칫 미워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밉지 않게' 보이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조금 과한 설정이 있었지만 '원래 이지윤 캐릭터는 저럴 거야'라고 봤다는 기자의 말에, "정말요? 밉지 않게 보였으면 성공한 것 같아요"라고 생글거리는 얼굴이 밝고 쾌활한 지윤의 모습과 겹쳐졌다.
2011년 CF 모델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한 지 6년이 된 고원희를 지난달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났다. 기대보다 드라마가 잘 마무리되었다는 기쁨이 말하는 도중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강 배달꾼' 종영 소감 부탁한다.
드라마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너무 잘 돼서 기분이 너무 좋다. 사실 지금 배우분들하고 다 단톡방이 있고 아직까지 연락하고 지낸다. 끝난 게 믿기지 않았는데 인터뷰를 돌면서 종영 소감 얘기하면서 실감한다.
▶ 배우들끼리 가평 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1박 2일로 다녀왔다. 꼭 대학교 MT 같은 분위기였다. 저는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OT나 MT에 참여를 못했는데 작품을 하면서 (그런 분위기를) 느끼게 된 것 같다.
▶ 배우들끼리 따로 여행을 갈 정도면 현장 분위기가 무척 좋았나 보다.
아무래도 다들 젊은 층 배우여서 그런지 생기가 넘쳤다. 대기시간에도 되게 재미있게 있었다. 사실 지윤이가 만나는 사람이 진규 씨(김선호 분), 엄마(김혜리 분)나 아빠, 커피숍에서 알바할 때 사람들 정도고 가끔 팔팔수타 갈 때 빼고는 (배우들과) 같이 못 어울렸던 게 아쉬웠다. 다행히 마지막에 그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좋았다. (가평 여행은) 경표 오빠가 주최한 것 같다. 공지도 오빠가 올렸었고. 정이 되게 많더라. 경표 오빠는 5년 전부터 (작품을 통해) 이어져 온 단톡방 모임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서로 시간 내서 모이긴 힘들겠지만 앞으로도 연락하며 지냈으면 좋겠다.
▶ 10대 때 데뷔를 했다. 그동안 사귄 연예인 친구들이 있나.
아뇨. 그래서 그런 MT 자리랑 단톡방이 너무 고맙고 좋았다. 저는 쉴 때 정말 집에서만 있는다. 반려동물 보면서. 연기를 일찍 시작해 학교생활을 잘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중학교 때는 중국에 있다가 왔고 고등학교 때 일을 시작하다 보니 어디 속해 있는 무리가 없었다. ('최강 배달꾼' 현장은) 친구 같은 분들을 만나게 돼서 너무 좋았던 현장이다.
(지윤의) 배경만 보면 저도 (집에서) 안 나왔을 것 같다. 지윤이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영어유치원 다니고 경영학과 입학하고 살다 이번엔 유학 가라고 해서 그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에 가출을 한 거였다. 부모님을 설득해서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꼭 해야 되는 사람이어서 저는 굉장히 이해가 갔다. 내 삶이 아니라 엄마 딸로서 사는 느낌? 부모님 그늘에서 탈피하고 싶어서 가출 선택하고 독립을 하고자 한 것이다. (기자 : 그래서 극중에서 고시원에 살게 됐다) 원래 고시원 세트가 너무 넓은 거다. 그것도 수정을 거쳐 좁힌 거다. (웃음) 대사에 "와, 진짜 좁긴 좁다"라고 나와 있는데 (처음에는) 개인 냉장고에 전자레인지도 있는 설정이었다. 저는 나중에 수정된 공간조차도 되게 좋아 보이더라.
▶ 이 부분 말고도 이지윤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전체적인 가닥이 잡혀 있었고 저도 크게 헷갈리지 않았다. 글을 워낙 잘 써 주셨다. 대본을 보고 지윤이는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대부분 다 받아들여졌다. 작가님께서 '배우가 이렇게 연기해 주겠지' 하고 글을 쓰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오는 경우도 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지윤이나 진규, 강수(고경표 분), 단아(채수빈 분)는 생각했던 것처럼 나왔다고 말씀해 주셨다. '최강 배달꾼' 배우들이 굉장히 좋았다고.
후반부에 좀 과한 씬들이 나오기도 한다. 진규를 묶어놓고 있는다든가. 둘이 동거하는 것도 현실이라면 단아가 바라보는 관점처럼 '발랑 까진 거냐 아니면 순수한 거냐'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고. 어떻게 보면 미울 수 있는 캐릭터인데 절대 밉게 보여서는 안 되는 캐릭터였다. 이게 가장 고민이었다.
극 초반에 강수에게 "그럼 오빠라고 부를게요"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경표 오빠가 조언을 해 주셔서 대사가 조금 수정됐다. 저는 살짝 놀리는 감으로 대사를 쳤는데 어리둥절하게끔 갔었다. 이런 식으로 배우분들이 도와주셔서 더 가닥을 잡았다.
지윤이가 강수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건 단아가 강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첫사랑이자 훅 다가온 사랑이지 애절하고 절절한 사랑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리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진규랑은 계약연애하면서도 서로 툴툴거리고 톰과 제리 같은 사이였지만, 미운 정이 서로를 생각하는 계기로 발전했다. 극중에서 아저씨라고 불러서 그런지 몰라도 경표 오빠는 어른 같았다면 선호 오빠는 되게 친구 같았다.
▶ 구체적으로 강수와 진규에 대한 마음이 어떻게 달랐던 걸까.
강수에게는 동경이 많았던 것 같다. 힘들 때 도와줬던 사람이다 보니 한 번에 훅 하고 왔던 감정이라면, 진규는 천천히 쌓여 왔던 거라서 좋아하는 감정의 결이 달랐던 것 같다. (기자 : 보면서 진규가 지윤의 장난을 잘 받아주는구나 라고 생각하긴 했다) 착했죠, 진규가. (웃음)
▶ 드라마를 찍으면서 다른 배우들에게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정말 고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현장에서 피곤한 기색 없이 다들 밝게 웃는 모습에 너무 놀랐다. 또래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직접 보고 모니터링하면서 느끼고 배우는 게 더 크게 와닿더라.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다들 준비도 많이 해 오고 상대 배우를 많이 배려해 줬다. 만약 A에서 C까지 연기하다가 B 부분부터 끊어서 촬영을 하더라도,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게 이전 대사를 같이 쳐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서로 의논하면서 연기하는 점이 너무 좋았다. 배운 게 참 많은 현장이었다.
▶ '최강 배달꾼'이 전작보다 좋은 시청률을 보이며 마무리됐다. 인기가 높아진 걸 실감하나.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 됐다. 이렇게까지 많이 사랑받을 줄 몰랐다. (인기를) 가장 체감했던 건 인터뷰를 도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발로 뛰면서 인터뷰를 잡아서 했는데, 이번에는 요청이 들어온 거여서 이게 좀 다르게 느껴지더라. (웃음)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건 SNS 팔로어와 댓글 수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밖에 돌아다닐 때도 많이들 알아봐 주신다. 드라마가 잘 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는 방송된 다음날 현장에 갔을 때다. (시청률이 잘 나와) 분위기가 업 되어 있었다. 다들 얼굴은 피곤하시지만 신이 나 있다.
(노컷 인터뷰 ② 스물 넷 고원희의 꿈, 연극 무대 도전과 시나리오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