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롤이자 '팔팔수타'의 에이스 배달부 최강수는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캐릭터였다. 요즘 같이 팍팍한 세상에 저렇게까지 다른 사람 혹은 정의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원칙과 사람을 중시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삐끗해도 그저 오지랖만 넓은 민폐 캐릭터로 보였을 최강수 역을, 고경표는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드라마를 위해 처음으로 오토바이를 탔다는 것이 전혀 티 나지 않을 정도로 '배달족'다운 능숙한 면모도 보였다.
'최강 배달꾼' 종영 4일 후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고경표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전날 밤 조모상을 당해 속이 말이 아니었을 텐데도, 그는 시종일관 침착한 태도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강 배달꾼' 종영 소감은.
너무 아쉽다. 사람들과 너무 친해져서 웃고 떠들면서 행복하게 촬영했던 시간이 서로의 추억으로 남으니까 그게 너무 아쉽더라. 너무 돈독했고, 너무 재밌었다. 덕분에 힘내서 촬영할 수 있었다. 제가 힘이 되고 싶었는데 (다른 분들이 제가) 힘 받아 잘 버틸 수 있게 도와 주셨다.
▶ 배우들끼리 후 가평 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종영날 쫑파티하기 전에 전야제처럼 갔다왔다. 너무 아쉽잖아요, 헤어질 거 생각하니까. 참석률 100%로 (모두) 다 와서 너무 좋았다.
▶ 아무래도 나이대가 비슷한 젊은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선배들이랑 할 때는 막내니까 제가 편했다. 사실 '질투의 화신'도 '시카고 타자기'도 지금이랑 (분위기가) 거의 비슷했다. 웃고 떠들면서 촬영하는 것은. 젊은 청춘들이 의기투합하는 모습이 많아서 더 그랬던 게 아닐까. ('시카고 타자기'의) 신율은 독립투사였기에 마냥 밝고 즐겁게 어울릴 수만은 없었고, ('질투의 화신' 고정원도) 삼각관계에서 연인과 사랑하고 친구랑도 싸우는 어른남자여서… (강수와는 달랐던 것 같다.)
일단 오지랖 넓고요. (웃음) 사람들이랑 함께하는 작업을 즐겨하는 것 같다. "남들도 다 그래"라고 단아가 한 말을 듣고 참 가슴아픈 적이 있었다. 저는 남들이 이럴 때 나라도 (달리)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실 작품 이전보다 (촬영하면서) 체득되는 것들 때문에 작품 이후에 싱크로율이 더 높아진다. (그동안 했던) 캐릭터마다 역경, 고난을 감내하는 방법이 저마다 달랐고 (거기서) 많이 배웠던 것 같다.
▶ 최강수 역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무엇일까.
착하게 살아야 된다는 것. 착하게 사는 게 나쁘게 사는 것보다 어렵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해 냈을 때 박수를 받는 게 훨씬 어려운 것 같다. 강수가 (극중에서) 한 번 도망치지 않나. 그런데 결국 상권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간 사람들에게 보였던 선행들, 그런 게 다시금 강수를 일으켜세우는 부메랑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때 '선행은 이렇게 돌고 도는 거지'라는 걸 느꼈다.
▶ 고경표는 최강수만큼 착한 사람인가.
저는 생각보다 착한 사람은 아니다. 흘러가는 대로 유유자적, 자유롭고 싶은 사람이다. 다만 소외받고 소수로 핍박받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힘쓰고 싶은 마음이 되게 크다.
▶ 전작 '질투의 화신'에서는 재벌집 아들 고정원 역할을 했다. 이번 '최강 배달꾼'에서는 전형적인 흙수저를 맡았다. 차이가 큰데 준비하느라 어렵진 않았나.
제가 가진 이상향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너무나 운 좋고 감사하게도 다양한 캐릭터를 맡겨주신 분들(제작진)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대본 받으면서 도전 의지가 불탈 때 그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고정원을 준비하면서도, 최강수를 준비하면서도 즐거웠다.
▶ 배달족들의 이야기이니만큼 몸 연기 장면이 많았다. 오토바이도 이번 작품에서 처음 탔다고 하던데.
사실 어려운 장면은 목숨 걸고 하는 스태프 분들이 거의 다 하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무나도 고생하고 애쓰시는 분들이다. 감사하다. 액션 같은 경우는, 강수는 약간 깡으로 싸우는 애라서 정제되지 않은 움직임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 무술감독님의 지도 편달 하에 (장면이) 잘 나왔던 것 같다.
인기를 체감한 건 촬영장에서였다. 아주머니들이 주로 저를 선우('응답하라 1988')로 아셨는데 이번에는 배달 청년으로 많이 알아봐 주시더라. 수빈이랑 연기 합은 더할 나위 없이 너무 좋았다. 수빈이가 굉장히 성실하다. 연기도 잘하지만. 바른 품성을 가진 친구라서 되게 의지를 많이 했다. (본인도) 힘들면 내색할 법도 한데 잘 견뎌내서 그 모습이 기특했다. 연기하면서 키스씬이 많아 민망할 수도 있었는데 서로 장난치면서 잘 해냈다. 성격이 잘 맞아서 좋은 시너지가 났던 것 같다.
▶ 팔팔수타 식구들과 배달족 친구들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조희봉 선배님, 이민영 선배님 너무 좋으신 분들이었다. '팔팔수타' 들어가면 선배님들 이 되게 웃기게 해 주셨다. 조희봉 선배님은 굉장히 젠틀하시고 위트있으셨고, 이민영 선배님은 굉장히 우아하시면서도 되게 귀여우시다. (웃음) 엄청 예쁘시다. 눈이 진짜 백만불짜리 눈이다. 제가 벽으로 밀침 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보니) 눈이 너무 예쁘셨다. 배달부 친구들은 그 역할 중심에 기두 형(김기두)이 있었다. 정말 맏형으로서 분위기메이커도 해 주시고 큰 몫을 해 주셨다. 리허설 전부터 그 씬을 디벨롭(발전)시키려고 많이 연구하셨다. 그래서 배달부들끼리 되게 유쾌하고 돈독하게 지냈던 것 같다.
▶ '최강 배달꾼' 시즌2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제작이 된다면 너무 좋겠죠. 저는 너무 좋죠. 각자 배우들이 새로운 일을 찾고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그렇게만 된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다른 배달부를 주인공으로 한다든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다뤘으면 좋겠다. 굳이 제가 주연일 필요는 없다.
▶ '최강 배달꾼'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저한테 너무 좋은 추억이다. 메인 타이틀롤이자 첫 주연작이었고. 너무 즐거웠다. 이 무더운 여름, 각자의 삶과 시간을 공유한 작품이다.
(노컷 인터뷰 ② 고경표가 SNS 논란을 겪고 차라리 잘됐다 생각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