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소녀시대'는 1970년대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발랄하고 발칙한 사춘기 여고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코믹 로망스 드라마다.
청춘의 성적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는 울트라 하이레벨 사춘기 소녀 이정희(보나 분), 외모·재능·공부·성품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엄친딸 박혜주(채서진 분), 아카시아파의 수장이자 각종 사건사고의 진원지인 심애숙(도희 분) 등 화려한 여고생 군단도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단연 눈에 띈 캐릭터는 정희를 향한 순정을 간직한 배동문(서영주 분) 캐릭터였다.
동문은 고2 빵집 미팅에서 정희에게 첫눈에 반한 이후 흔들리지 않는 일편단심 사랑을 키우는 착하고 여린 소년이다.
3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동문은 정희에 대한 그간의 짝사랑을 끝내고 '오늘부터 1일'을 시작했다. 정희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손진(여회현 분)에게만 정신이 팔려 해바라기 사랑을 보여준 동문에게는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동문에게 스며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문은 이날 방송분에서 아버지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에 바진 정희 옆을 지키며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는가 하면, 미리 준비해 둔 영화표로 영화관 데이트를 시도했다. "진짜진짜 좋아한다"는 달콤한 고백과 뽀뽀로 정희뿐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설레게 만들었다.
동문 역을 맡은 서영주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여 이미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기대주'로 꼽히는 배우였다. 이번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기존의 어두운 캐릭터와 상반된 동문 역할을 100% 소화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지난해 '솔로몬의 위증'에서 시체로 발견돼 미스터리의 중심에 있었던 이소우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 데 이어, 올해는 '란제리 소녀시대'로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주연으로 우뚝 섰다.
영화계에서는 그의 진가를 더 먼저 알아봤다. 그는 '눈길', '밀정', '뫼비우스' 등에 출연했고 '범죄소년'으로 2012년 도쿄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연극 '에쿠우스'에서는 부모의 왜곡된 사랑과 사회적 억압에 반해 뜨겁고 원시적인 열정과 욕망을 표출하는 비정상이자 정상인 소년 알런 캐릭터를 소화해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18살이었던 서영주에게는 '최연소 알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서영주는 소속사 AOF(화인컷)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아주 행복한 한 달이 지나간 것 같다. 제가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어쩌면 앞으로도 경험하지 못할 연기의 길을 '란제리 소녀시대'라는 좋은 작품으로 알게 된 것 같다"는 종영 소감을 4일 전했다.
이어, "'란제리 소녀시대'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 같다. 매 순간 감사하고 설렜다. 촬영 내내 복 받은 배우라 생각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한 단계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덧붙였다.
'란제리 소녀시대'로 사랑받은 서영주는 이달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펼쳐지는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