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티 몰라요?"…젊은층 주류 문화로 떠오른 게임방송

"모바일방송 바람 타고 위상↑…'재미+정보' 장점에 제작도 간편"

지난달 2일 방영된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한 장면. 40대인 '국민 MC' 유재석이 시민 토크쇼를 하면서 6살 유치원생과 마주 앉아 물었다. "TV 프로그램 중에 뭘 제일 좋아해요?" "도티요". 미소 짓던 유재석의 말문이 막혔다. "도티가 뭐예요?"

도티(본명 나희선)는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플레이 영상으로 스타가 된 게임 방송인이다. 유재석이 맞닥뜨린 당혹감은 중장년층이 명절 때 집안 아이들과 대화하며 겪을 수 있는 수난(?)이기도 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방송의 보편화 바람을 타고 게임방송은 이제 젊은 층의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 게임방송을 아는지가 '아재'와 그 이후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됐다.

4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게임방송은 19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던 때부터 존재했다. 당시에는 케이블TV의 소수 게임 채널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마니아 문화' 성격이 강했다.

2010년대 유튜브 등 모바일방송 플랫폼(기반 서비스)이 급성장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위상이 뛴 것이다. 1인 방송인의 입담을 즐기고 게임 공략 기법도 익히는 '예능 겸 정보 콘텐츠' 특성 덕에 시청자 폭을 넓히기도 쉬웠다. 도티 외에도 '대도서관' '양띵' '악어' 등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를 갖춘 게임 방송인이 쏟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이 최근 '글로벌 게임산업 트랜드' 보고서에서 아프리카TV, 카카오TV 등 국내 동영상 플랫폼과 다이아티비 등 MCN(1인 방송인 연합체)을 심층 면담한 결과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모두 "게임방송이 자사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예컨대 게임방송은 아프리카TV 시청자 트래픽의 약 65%를 벌어주며, 카카오 TV에서도 시청자 수 기여도가 절반에 육박한다. 다이아티비는 올해 7월 기준 소속 방송인 채널 1천300개 중 게임 채널이 375개(28.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게임방송의 성장 비결로 제작이 비교적 간편하고 게임 인구가 늘면서 시청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점 등을 꼽았다.

채정원 아프리카TV 본부장은 한콘진 측과의 대담에서 "누군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 방송 콘텐츠가 나온다는 특성은 분명히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게임방송은 유명 게임 대다수를 활용할 수 있어 소재 고갈 문제도 적다. 게임사가 중계 대가를 요구하거나 저작권을 내세워 방송을 막는 경우가 드물다. 방송이 홍보·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방송에서 각광 받는 작품으로는 1인칭 총격게임인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실시간 공성전인 '리그오브레전드', 판타지 카드 게임인 '하스스톤' 등이 있다.

MCN인 트래져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게임방송이 새로운 한류 콘텐츠도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국내 게이머의 실력이 월등한 데다 게임 중계가 비(非)언어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국외 진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과제도 적잖다. 우선 미성년자 시청자가 많지만, 욕설·혐오 발언 등 일부 방송인의 부적절한 행동을 걸러내기가 어렵다. 게임방송은 생중계(라이브)가 많아 돌발 발언이나 행동이 나올 공산이 크고 불량 콘텐츠를 사전에 줄일 제도적 장치도 아직은 없다.

업체들은 '자체 교육 등의 자정 노력을 계속하고 모범 방송인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익 다변화도 고민거리다. 동영상 광고 수입 외에 매출원이 더 많아져야 창작자 등 방송 생태계가 내실 있게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아프리카TV는 올해 8월 '배틀그라운드'의 중계방송에서 시청자가 버튼만 누르면 해당 게임 소프트웨어를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게임방송에 인터넷 상거래 사업을 얹은 셈이다.

트래져헌터는 게임방송인의 캐릭터를 지식재산권(IP)으로 개발해 화장품과 문구류 등의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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