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최근 내년 8월로 시한이 끝나는 기촉법에 대해 상시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자 참여연대가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기촉법 상시화 등 제도적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달 21일 논평을 내고 "관치금융을 활용한 기업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수단인 기촉법은 더 이상 연장되거나 상설화되어서는 안 되고, 일몰 시한이 도래하면 그것을 계기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기촉법은 경영위기를 맞은 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75%가 동의하면 부채를 출자금으로 전환해주면서 구조조정을 주도해 회생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제도)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4차례 연장되며 내년 8월까지 시한이 늘어났다.
특히 지난 2015년말 시한종료를 앞두고는 당시 정부 여당측이 한계 기업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 등을 위해 이 법을 상시화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컸다.
당시 반대론자들은 기촉법에 규정된 워크아웃이 겉 보기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방안이지만 사실상 금융감독당국이 채권단인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과 민간 금융기관들에 암암리에 압력을 행사해 관치 금융을 작동하게 만드는 고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2013년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됐다. 자금난을 겪던 경남기업에 대해 성안종 전 회장 등 대주주의 보유주식을 무상 감자하는 조건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워크아웃이 결정됐지만 실제론 감자 없이 출자전환만 이뤄졌다.
이 때문에 감독 당국이 주채권은행과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경남기업은 회생하지 못한 채 2015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런 사례 때문에 존폐 논란이 거세지면서 기촉법은 결국 석 달 정도의 '무법 상태'를 겪은 뒤 지난해 3월 시한 연장만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번에 금융위가 또 다시 상시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금융위는 업무보고에서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 채권은행 신용위험평가 제도 개선 ▲자본시장을 활용한 구조조정 활성화 여건 조성 ▲프리패키지드 플랜(P-Plan,
사전회생계획제도) 관련 인프라 구축 등과 함께 기촉법 상시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한 논평에서 "기업구조조정 권한을 계속 보유하려는 금융위의 기득권 수호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금융감독 당국이 비금융회사의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정상적인 금융감독 업무라고 볼 수 없는 과거 관치금융 시대의 잘못된 유산일 뿐"이라며 "선진국과 비교해도 거의 손색이 없는 통합도산법체계를 갖추고 회생전문 법원까지 출범한 지금 과거의 관행과 논리를 앞세워 관치금융을 영속화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촉법은 통합 도산법으로 통합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많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남창우 연구위원은 '기업구조조정제도의 개선방향 :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서 2008년 이후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보다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에 있어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워크아웃 실패율은 34.1%로 외환위기 당시의 19.3%보다 높았다고 분석하고 "워크아웃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개선해 채권단과 채무자, 금융시장이 자율적이고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위원은 기촉법의 강제적 구조조정 기능을 법정관리를 규정하는 통합도산법으로 통합한 뒤 채권단 주도의 법정관리나 채권단 주도의 기업회생절차를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