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 유혈 사태' 독립 투표 마무리…카탈루냐 운명은?

주민 840여 명 부상…스페인 당국 "투표 자체 인정 못 해"

1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자치정부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1일(현지시간)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경찰과 주민들 간 유혈 충돌 끝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경찰의 저지로 투표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했고, 중앙정부가 투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갈등이 재연될 전망이다.

이날 전체 2315개의 투표소 중 상당수 투표소에서 독립 지지자들과 경찰 간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해 자치정부 추산으로 844명이 부상을 입었다. 스페인 내무부는 경찰관 10여 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주민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빼았았고, 이를 막아서는 유권자들을 향해 고무탄과 곤봉 등을 동원해 강제 진압을 시도했다고 자치정부 측은 전했다. 부상자 가운데 일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로 추정되는 복면 쓴 남성이 투표소에 난입해 투표함을 가져가는 모습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머리를 다쳐 피를 흘리는 백발 여성 등 부상 당한 주민들의 사진도 자치정부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됐다.

1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자치정부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주민투표는 위헌'이라는 스페인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자치정부는 이날 유권자 530만 명 가운데 수백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며 투표가 무사히 마무리됐다고 자축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투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스페인 정부가 투표 개시에 앞서 카탈루냐에 파견한 최고위급 관리인 엔릭 미요는 "전체 2315개 투표소 가운데 1300개가 카탈루냐 경찰에 의해 봉쇄됐다"고 전하면서 투표의 불법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찬반 투표의 결과를 놓고 자치정부와 중앙정부가 또다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탈루냐 지역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 지도자 대부분은 공식적으로는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에 대해 직접적인 견해 표명은 하지 않고 있지만, 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표 결과에 따라 분리·독립을 꿈꾸는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의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럽 지도자들은 스페인 국내법을 어긴 채 투표를 강행하는 카탈루냐 분리·독립론자들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주민투표 저지를 위해 자치정부 압박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스페인 당국을 옹호하지도 않는다.

유럽연합(EU)의 행정 조직인 EU 집행위원회조차 카탈루냐 자치정부 관리들이 스페인 정부와의 갈등을 중재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는 스페인 내정과 관련된 일로, EU는 스페인의 헌법적 질서를 존중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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