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뒤 최강희 감독은 왜 격분했나

경기 중 계속된 수원 팬과 선수의 조롱, 경기 후 일부 팬의 욕설에 폭발

최강희 전북 감독은 수원 원정에서 계속된 상대 서포터와 선수의 조롱에도 과거 자신이 지도자 생활을 시작안 수원을 향한 연민으로 버텼지만 경기 후 나이 어린 일부 팬의 욕설에 결국 이성을 잃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 이성을 잃었다. 경기 중 쌓인 앙금이 결국 폭발했다.

전북은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2라운드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전북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의 예상 못 한 부진에 빠져 불안한 선두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경기는 수원과 전북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무승부다. 전반 33분 박기동이 선제골을 넣은 수원은 경기 막판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내준 탓에 승점 2점을 뺏긴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전북 역시 수원을 상대로 계속해서 골문을 두드렸지만 VAR(비디오판독)까지 시행한 끝에 얻은 페널티킥으로 힘겹게 패배 위기에서 벗어난 만큼 패배나 다름없는 무승부다.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 속에 두 팀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 모두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경기가 끝난 뒤 최강희 감독이 흥분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그는 입고 있던 정장 상의까지 벗는 등 좀처럼 화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북은 물론, 수원과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 등 상당히 많은 이들의 저지 덕에 한참 후 겨우 침착함을 되찾았다.


왜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을 대중 앞에서 보여준 것일까.

경기 후 만난 최강희 감독은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수원은 내가 지도자를 처음 시작한 팀이다. 스승(김호 감독)을 모시고 창단한 팀”이라며 “7년만인 2002년 1월 13일에 집에 가라는 통보를 받고 K리그에 다시 돌아와 감독이 된다면 수원과 경기는 무조건 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정 팀에 한을 갖고 그렇게 이기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다. 시작은 그랬어도 내가 지도자를 처음 시작한 곳이라 연민을 갖고 있다. K리그를 리드하는 클럽이 되길 바라고 있다”는 그는 “오늘은 외국인 선수까지도 분명히 특정 제스처를 하는 모습을 봤다. 원정 가서 절대 박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 알고 있다. 다른 팀이었다면 참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조롱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전북 관계자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최강희 감독이 본부석쪽 지인과 인사를 나누는 도중 일부 나이 어린 수원 팬으로부터 욕설과 함께 손가락을 이용한 욕설을 들었다고 했다. 경기 내내 전북 벤치를 향해 ‘매수’라는 조롱도 끊이지 않았던 이날 경기에서 수원 수비수 매튜는 이동국이 페널티킥을 차기에 앞서 ‘돈’을 의미하는 듯 엄지와 검지를 비비는 몸짓으로 심리전까지 펼쳤다.

경기 내내 이성의 끈을 잡고 있던 최강희 감독은 끝내 경기 종료 후 한참이나 어린 축구팬의 치기 어린 욕설에 결국 이성을 잃고 말았다.

최강희 감독은 “오늘의 일은 그저 해프닝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면서 “아직도 내가 수원에 한을 갖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 없다. 축구계 동료로서 (수원이) 항상 잘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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