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패싱' 언제까지 계속될까?…입법 과제 산적

각종 쟁점법안 걸림돌…민주-국민의당 합작만으론 불가한 경우 多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이른바 '자유한국당 패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한국당의 정기국회 보이콧 등 다소 수위 높은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통과도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합작 만으로 가능했다.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치러질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은 한국당과 '적폐 청산'을 놓고 대결 구도를 짤 전망이다. 그러나 국감 이후에는 본격적인 예산 국회가 펼쳐지는 데다가, 벌써부터 각종 쟁점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라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한국당과의 협치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당 패싱 현상은 김 대법원장 당시 후보자의 표결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준 협조를 부탁하며 야당 중 국민의당과만 전화통화를 했다, 통과 직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치가 성공했다"며 '야당=국민의당'식의 인식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부터 강경화, 김상조, 김상곤 등 한국당이 상임위 보이콧까지 해가며 극렬히 반대했던 인사들은 임명 강행됐고, 공영방송 장악을 이유로 단행한 정기국회 보이콧에서도 정부여당은 한국당을 차갑게 외면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너무 심하게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흘러나왔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교섭단체 대표 회동에도 두차례나 참석하지 않는 등 정부여당의 협치 테이블에서 동떨어진 채, 일단은 당력을 국정감사에 집중해 정부여당을 공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패싱을 하든, 적폐로 몰아 청산을 하든, 정부여당의 잘못을 찾아내는 데 당력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한국당과 적대적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는 부담이다. 김명수 후보자 표결은 본회의, 과반 출석 과반 이상 찬성으로 이루어져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 일부로 인해 가능했지만 법안 통과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나 문재인 정부의 국정개혁 5개년 과제 중에서는 법안 개정이 필수적인 사안이 상당수다.


당장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수처 신설도 정부여당은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하고 있지만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쉽지 않다. 본격적인 논의가 지난달 26일 시작됐지만 한국당이 설치 자체를 반대하면서 법사위 통과도 가늠하기 어렵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언론장악방지법(방송법ㆍ방송문화진흥회법ㆍ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법ㆍ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소득세법 개정안, 법인세법 개정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도 첩첩산중이다.

법사위원장의 존재 자체도 정부여당에서는 큰 걸림돌이다. 모든 법안은 각 소관 상임위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는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권성동 의원을 향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법안이 국회에서 무기한 계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상 패스트 트랙 제도가 있지만, 이 경우 각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최장 11달(330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아직 공석으로 남아있는 헌법재판소장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인준 문제도 남아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야권의 반대로 부결된 전례가 있어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스럽다.

민주당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국민의당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주장하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도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성사되기 힘들다. 선거의 룰을 바꾸는 문제기 때문에 각 당의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당은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수처, 선거구제 개편, 예산안, 정부조직 개편안 등 여당 측에서 아쉬워할 부분들이 많다"며 "현재까지는 정부여당이 한국당을 심하게 무시해왔지만 이 기조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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