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만 '위험가구' 금리인상 '바람 앞 촛불'

세계 주요국들의 긴축기조로 금리인상 압력이 다가오면서 취약차주 대출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의 지난 21일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취약차주 대출은 지난 6월말 현재 80조4천억원에 달한다.

6개월만에 1조9천억원, 2015년말(73조 5천억원)에 비하면 6조9천억원이나 늘어났다.

세 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저소득(하위 30%) 저신용(7~10등급)의 취약차주는 금리인상 등 대내외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들이 대부분 은행권에서 밀려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취약차주의 비은행 대출 비중은 67.3%로 은행 (32.7%)보다 2.1배 많다.

앞서 한국은행이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위험가구는 2016년 3월 현재 126만 3천 가구(전체 부채가구의 11.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전 109만 7천 가구에 비해 16만 6천 가구 늘어났다.

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규모는 186조7천억원으로 총 금융부채의 21.1%를 차지한다.

특히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고위험가구가 31만5천 가구로 62조원의 금융부채(총 금융부채의 7.0%)를 지고 있다.

1년전에 비해 가구수도 1만 8천가구, 부채 규모도 15조 6천억원 늘어났다.

고위험가구는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 (DTA)이 100%를 넘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 이상인 가구로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2014년 하반기 시행된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로 2015년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고위험가구의 부채도 급증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속도 등에 비춰볼 때 위험가구나 고위험가구 수는 올들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의 약 70% 정도는 변동금리 대출로 파악되고 있다. 비은행권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은행권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가 본격 상승하게 되면 취약차주, 고위험가구는 벼량 끝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출금리가 각각 0.5%포인트, 1%포인트, 1.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는 8천가구, 2만 5천가구 6만 가구 증가할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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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3%포인트 상승할 경우 고위험가구의 가구당 이자비용은 772만원에서 854만원, 999만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나 전문가들은 가계대출이 1400조원대에 이르긴 하지만 정부의 잇따른 대책으로 하반기 들면 증가세 둔화가 예상되고 고소득 고신용 차주 비중이 65%대로 높아 경제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취약차주, 고위험가구의 경우 금리 상승시 원리금 상환능력이 크게 악화돼 가계의 급격한 부실과 채무불이행에 따른 금융시스템 리스크 증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003년 카드 대란 때와 같은 가계발 금융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당국은 추석 연휴 이후 17일쯤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 대책에 연체가산금리 합리화 등 취약차주 부담완화책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원리금 상환 연체나 채무 불이행 상태에 처한 가구가 재활할 수 있도록 상환 기간 연장, 채무감면 등 채무조정 제도를 강화하고 신용회복 지원을 통해 회생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기존 대출은 금융사와 대출자의 문제이기에 정부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며 “신규대출의 경우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을 감안해 대출한도를 결정하는게 금융시장의 원리에 맞고 이를 벗어나는 것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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