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9월 28일 어제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년동안 사회분위기가 맑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세이지만 일각에서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3-5-10' 규정을 바꾸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을 두는 문제를 고심하고 있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은 '3-5-10' 규정을 '5-10-5'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3-5-10'은 어느새 '불가역적인 규정'이 됐다며 당분간은 손댈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왜 3-5-10 규정은 바꿀수 없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말 그대로다. '3-5-10' 규정은 바꿀 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김영란 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가장 핵심이고 기억해야 할 게 바로 이 '3-5-10' 규정이다.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걸 자유한국당에서 주장하는대로 '10-10-5'로 바꾼다거나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주장하는 '5-10-5'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김영란 전 대법관과 권익위원회 전현직 고위관계자들,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3-5-10' 규정을 바꾸는 순간 '청탁금지법'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이나 SNS에서도 "한 글자도 고치면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김 전 대법관은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지만 '3-5-10' 규정을 바꾸거나 '농축수산물'을 예외로 하는데 대해서는 매우 단호한 입장이다.
김 전 대법관은 "'3-5-10' 규정을 풀고 법을 고칠거면 차라리 법을 폐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법을 시행한지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어서 아직 제자리를 잡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풀어버리면 사람들이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라면서 "그렇게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농축수산물'을 풀면 레스토랑은 왜 못 풀것이며 공산품은 왜 못 풀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좀 복잡하지만 청탁금지법의 근간을 흔들지 말고 몇 년 있다 법이 정착된 후 깔끔하게 손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이 법의 취지는 각자내기 하라는 것이고, 선물도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원칙적으로 하지 말되 부득이 한 경우에만 '3-5-10' 한도내에서 하라는 것이었는데 어느새 '3-5-10' 한도내에서는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 그렇다 청탁금지법학회 신봉기 회장(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3-5-10'은 상징적인 기준"이라면서 "그걸 바꿀거면 차라리 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그걸 손대면 다른 것도 손대야 한다. 그게 흔들리면 법의 실효성 문제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흔들리는 벽에서 벽돌을 하나 빼내면 결국 벽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길준규 교수는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업종별 피해를 감안하더라도 법을 개정해서 공직자에 대한 접대비용을 올린다는 것은 '적폐청산 시대'에 국민의 법감정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인 김현성 변호사는 "화훼농가 봐주고 한우농가 봐주고 그러면서 공산품은 왜 안 봐주냐? 다 국민아니냐?면서 "그렇게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청렴한 문화는 형성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강철구 대표는 "청탁금지법이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규정을 바꾼다면 어렵게 자리잡은 게 무너지게 될 것"이라면서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을것"이라고 예측했다.
▶ 해당 국가기관의 입장이 중요할 텐데 국민권익위는 어떤 입장인가?
= 권익위의 공식입장은 원론적인 수준이다. "경제적 사회적 영향분석을 해서 국민여론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찾겠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개선방안에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도 포함돼 있고, '3-5-10' 규정을 상향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고 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11월말에 분석결과가 나오면 그 전에도 여론수렴해서 국민들 상당수가 원하고 정말 문제가 있다면 바꿀수 있다"면서 "보완대책에는 상향안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업무보고에서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일부 업종의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감소했는지 등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파악해 11월이나 12월에 국민에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 핵심관계자는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라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결과를 보고하겠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지금까지 뭘 어떻게 바꾸겠다고 확약하거나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권익위의 전현직 고위관계자들은 법을 개정하거나 '3-5-10'으로 상징되는 세부규정을 바꾸는 데는 반대한다.
전직 권익위 고위관계자는 "'3-5-10'을 포함해서 규정에 손을 대는 순간 청탁금지법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은 손댈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겨우 1년 지났을 뿐인데 지금 손대는 건 법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 첫 번째는 '3-5-10' 규정을 바꿔도 경기가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침체 원인이 청탁금지법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3-5-10' 규정을 '10-10-5'나 '5-10-5'로 바꾸면 꽃도 많이 사고 한우나 굴비세트도 날개돋친듯 팔여 나갈까? 고급 음식점에 손님들이 꽉꽉 들어차게 될까? 누구도 확신 할 수 없다.
정부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규정을 고친다고 경기가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그래서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국민여론을 들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정말 난산끝에 겨우 '옥동자'를 낳았는데 돌이 되자마자 여기저기를 뜯어 고친다면 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장 반기는 곳이 교육계다 . 서울시교육청의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응답자의 83%(3만688명)와 교직원 응답자의 85%(1만5488명)가 '촌지 등 금품수수 관행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학부모의 95%와 교직원의 92%가 교육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임동균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가 9월 20일 한국사회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지난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202명 가운데 89.4%가 "청탁금지법이 효과가 있다"고 대답했다. 또 '선물 교환이 줄었다', '직무 부탁이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각각 65.5%, 65.9%였다. 57.2%는 더치페이가 늘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규정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김영란 전 대법관의 말대로 차라리 청탁금지법을 없애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문재인 정부의 화두가 '적폐청산'이다. 그런데 '3-5-10' 규정을 완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적폐를 허용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80% 오르내리던 국정지지도가 60% 중후반대에 머무르고 있는데 '김영란 법'을 폐기하는 길로 가면 50%대도 위협 받을 수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강철구 대표는 "여론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국정지지도가 급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성 변호사는 "법에 손대는 순간 입법 취지가 무너지게 된다"면서 "그런걸 뚫고 나가야 청렴문화가 형성되는 것이고 이거 봐주고 저거 봐주기 시작하면 누더기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청탁금지법' 특히 '3-5-10' 규정을 완화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화훼농가나 한우농가 등의 요구가 거세지만 그것보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여론이 더 무겁다.
=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3-5-10' 규정을 '5-10-5'로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건 정부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 그리고 농림부 장관이나 해수부 장관의 입장에서는 농축수산 종사자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다.
지난해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농축수산업계와 해당 정부부처에서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렇지만 전체 다수의 의견이 시행쪽으로 기울면서 어렵게 출발이 됐다.
그리고 1년이 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국민의 여론을 들어야 하고 또 실제 피해를 입은 농가나 사업자들이 있다면 다른 방식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라고 본다.
전남지사를 지낸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이 공직 투명화 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완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 '3-5-10' 규정은 손대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냐?
= 그렇다. 김영란 전 대법관을 비롯해서 청탁금지법 개정이나 '3-5-10' 규정을 바꾸는데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3-5-10을 고치기 보다는 농수축산 산업 구조조정을 집중적이고 한시적으로 지원해 줄 수는 없을까?"라면서 "산업에 대한 지원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전직 권익위 고위관계자는 "한우가격이 내려가니까 매출이 늘어난다"면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부동산 임대료 등 다른 요소들을 바로잡는 정책적인 대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때문에 경기가 침체됐다고 할 수 있나? 이법을 바꾸면 농촌이 살아나나?"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런부분에 대해 국민들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참여연대 공식적인 입장은 개정이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 자체를 지금 할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그것보다는 제도를 연착륙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김영란법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7월 정부가 김영란법을 연말까지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특정 산업 분야의 매출 부진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책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법 시행령 완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