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연가 70%이상 소진" 직원들 "방향은 맞는데…"

"업무 평가기준이라니 연가 내고 출근해야하나"…靑 "업무량 이유대면 하루도 못 써"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직원들에게 부여된 연가를 70% 이상 사용하게 독려하고 이를 업무평가 기준 중 하나로 삼기로 하면서 직원들의 웃지 못 할 고민에 빠졌다.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격무가 이어지는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부여된 연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냐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8월 청와대는 직원들의 연가사용 활성화와 초과근무 최소화 위한 내부 지침 마련에 들어갔고 최근 관련 지침을 확정지었다.

앞서 정부는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과 생활의 균형 실현'을 정부가 '모범고용주'로서 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초과근무 총량제 적용 확대 ▲초과근무가 과도한 현업 공무원 제도 개편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 혁신 등을 통해 불필요한 초과 근무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차원에서 청와대 직원의 연가사용 활성화와 초과근무 최소화를 위해 ▲부여된 연가 70% 이상 사용 독려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해 특별한 업무가 없는 경우 정시퇴근 ▲연가사용률과 가정의날 이행률 등을 성과평가 기준에 반영해 성과급 지급 등의 활용 등의 관련 지침을 마련한 상태다.

직원들을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청와대의 살인적인 업무량을 감안하면 연가를 계획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도 연가를 적극 사용하라고 여러차례 말씀하셔서 연가를 사용하고 싶은 때는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연가를 쓰고 돌아와서 처리할 업무량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을 뿐"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업무가 쌓여있는데 부여된 연가를 모두 사용하면 업무 처리가 어려울 것 같다"며 "연가 사용이 성과평가에 연동되서 최대한 연가를 쓰겠지만 불가피할 경우 연가를 쓰고 출근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할수도 있을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바쁘다고 연가를 사용할 수 없다면 일가정 양립은 요원'하다며 현재 마련한 내부 지침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최소 연가 사용 비율을 상향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어진 연가는 다 쓰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업무편제변경 등 보완을 하겠지만 일단은 연가 사용 비율 등을 포함한 현행 업무평가 기준을 올해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직원들의 연가 소진을 통해 확보된 3억 원 안팎 규모의 연가보상비로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충원해 '일‧가정 양립 문화' 선도와 공공부문의 일자리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의 이런 조치는 "청와대가 모든 면에 모범이 돼야한다"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청와대의 이번 실험이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의 씨앗이 될지, '이상적인 시도'에만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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