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흩뿌리는 27일 오후, 대구 중구에 자리 잡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환하게 웃는 김광석 얼굴을 새긴 거리 벽화를 우러르는 30대 여성의 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전설의 가객 혀끝에서 피어난 음률에 취한 듯 부부 한 쌍이 걸음을 멈춘 채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다.
김광석의 딸 서연양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구 김광석 거리를 찾는 추모객들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9월(28일 기준) 김광석 거리를 방문한 시민은 12만4662명으로 지난달보다 2만명 넘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5만 명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 김광석 거리에 김광석 없다?
"음악적으로는 그를 느낄 수 있는 게 사실 없어요. 그게 좀 아쉬워요"
김광석 거리를 찾는 시민들은 그의 생애를 제대로 살피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통기타 동아리 활동을 하며 김광석을 좋아하게 됐다는 박모(36) 씨는 "김광석 노래 가사와 앨범 자켓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옛 추억을 어루만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막상 와보니) 그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김광석 거리에는 김 씨와 관련된 벽화만 일부 설치돼 있고 그의 생애 활동 사진이나 자세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광석 길에 정작 김광석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 가족이 독점하는 김광석…추모객 "마음 다해 추억하고 싶어"
지난 16~17일 열린 김광석 거리 사진전도 마찬가지다.
김광석 얼굴이나 생전 활동을 담은 사진 자료는 찾을 수 없고 거리 풍경 사진만 즐비했다.
부인 서해순 씨가 김광석의 초상권 사용을 꺼려하거나 저작권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는 탓이다.
대봉문화마을협의회 관계자 A 씨는 "서 씨측이 한때는 김광석 거리 벽화도 문제 삼았다. 상점들이 김 씨 사진을 걸어놨다는 이유로 난리를 친 적도 있다"고 혀를 찼다.
또 서 씨는 관광객들에게 김광석 거리 기념품을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문화마을측에 자신이 만든 기념품을 구매해서 배포하라고 요구했다.
A 씨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없고 서 씨측이 제작한 기념품 값은 너무 비싸 한동안 갈등을 겪었다. 서씨가 돈 욕심을 많이 내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 거리에서 김광석의 생전 활동 사진과 유품을 만나볼 수 있고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은 '스토리하우스'가 유일하다.
김광석 기념관 격인 스토리하우스를 위탁 운영하는 주체는 서 씨가 대표로 있는 '위드삼삼뮤직'이다.
스토리하우스는 기념품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입장료도 받을 계획이다.
추모객들은 김광석 거리가 수익보다 추모에 방점을 둔 시민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김광석의 오랜 팬이라는 전모(24) 씨는 "온 마음을 다해 김광석을 추억할 수 있는 거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