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새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새노조 파업뉴스팀은 현 10기 KBS이사회 취임 이후인 지난 2015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명의 이사들 법인카드 내역을 조사한 결과, 일부 이사가 업무추진비를 상습적으로 사적인 곳에 써 왔다고 밝혔다.
이 중 현직 명지대 교수인 강규형 이사는 반려견과 관련한 지출이 잦았다. 강 이사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반려견 관련 시설에서 총 34차례, 36만 6240원을 결제했다. 반려견 동호회의 회식비로도 총 3차례, 78만 5400원을 썼다.
이때 올해 4월 9일 식사자리에서는 강 이사는 법인카드를 아예 동호인 중 한 명에게 넘겨 결제를 맡기기도 했다.
이어, "KBS라고만 써 있고 (카드에) 이름도 있어서 KBS 제휴카드인가 싶었다. 최근에 (강 교수가) KBS이사회에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때 쓴 돈이) 공금이 아닌가 생각해서 제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또한 2015년 추석 연휴를 비롯해 주말·공휴일에 백화점과 공항 면세점에서 총 78만 9700원을 썼다. KBS이사회 해외 시찰 중 공식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브로드웨이 공연 등에 총 47만 2750원을, 개인 해외여행 때 8만 8900원을 지출했다.
명지대에서 '음악감상론' 등을 강의했던 강 이사는 문화공연 관람에도 총 15차례 205만 4800원을 썼고, 기타 공공기관 결제에 82만 600원을 썼다.
새노조 파업뉴스팀 김시원 기자는 "(KBS이사회) 업무추진비는 법인카드로 한 달 100만 원이 지급된다. (강 이사가) 총 2600만 원 중 537만 원 정도를 업무 외적인 용도로 썼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는 파업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커피 마실 때 쓴 기억이 몇 번 있고 입장료는 개인카드를 사용한 걸로 알고 있다", "음주류, 밥, 음악회, 책, 베이커리에서도 쓸 수 있다고 했다"면서 이사회 사무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와 관련해 KBS이사회 사무국은 28일 CBS노컷뉴스에 "강 이사님이 사무국으로 해명자료를 보내오고 있다. 검토 중"이라며 향후 공식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 '업무추진'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사후 관리 어려워
KBS를 관리감독하는 공적 책무를 지니고 있는 KBS이사회는 업무추진비 100만 원(법인카드로 제공), 자료조사비 252만 원(계좌 입금), 회의 참석마다 30만 원 등 매달 400~45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이사장의 경우 업무추진비 240만 원, 자료조사비 402만 원으로 수입이 더 높다.
이사들이 받는 업무추진비·자료조사비 등은 KBS 이사로서 공적 업무를 수행할 때 쓰인다는 전제 하에 제공된다. 'KBS와 관련한 주요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경비를 제공한다'는 이사회 규정 16조를 바탕으로 한다.
비용 지급 후 그것이 본래의 목적으로 쓰였는지 사후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사회 규정에 업무추진비 집행 부분만 있을 뿐,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감독 규정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다만 KBS 재무부는 '법인카드 사용 시 유의사항'에서 법인카드를 "공사의 업무 수행을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귀금속류·액세서리류·건강보조식품·선물구입비 등 사적 사용 가능성이 있는 물품 구매도 제한하며, 업무상 불가피하게 구매할 경우에는 전표결재서에 증빙자료를 첨부해야 한다고 나타나 있다.
KBS 직원들은 이 원칙에 따라 법인카드를 언제 어디에서 어떤 용도로 썼는지 전표를 제출한다. 이사회 규정에 관련내용이 없더라도,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재무부의 기준이 있는 만큼 이사회 역시 이를 준용해야 한다는 것이 새노조의 입장이다.
새노조는 "법인카드 사용, 법인 업무 위한 접대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국세청 과세실무지침'과 "법인카드의 개인 용도 반복 사용은 업무상 배임"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강 이사 등 일부 이사의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른 KBS 이사들 다수도 (강 이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동일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이 KBS 사측의 공모 또는 묵인 하에 이뤄진 조직적인 위법 행위라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하고, KBS 이사들이 소속된 각 기관에 내용을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새노조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이 2년 6개월 동안 500여 차례 관용차를 사적으로 썼다고 폭로한 바 있다.
성재호 본부장은 "(이사들이 받는 업무추진비는) 국민이 내 주신 혈세와 같은 수신료로 내 준 공적인 돈"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이사장의 업무용 차량 유용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진정을 냈는데도 조사·감독 시사가 없다. 일단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