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순, 또래 일반여성 훨씬 뛰어넘는 지적능력"

우리말 연구자 최종희 "서 씨 언어, 유심히 살펴보니 놀랍다"

서해순 씨(사진=JTBC '뉴스룸' 방송 화면 갈무리)
"막상 유심히 살펴보니 놀랍습니다. 항간의 얘기 등을 통해 갖고 있던 제 느낌도 완전히 선입견이었을 뿐입니다."

가수 고 김광석 씨 부인 서해순(52) 씨의 언어를 분석한 우리말 연구자 최종희 '언어와생각연구소' 공동대표의 설명이다.


책 '박근혜의 말'(원더박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언어와 심리를 분석했던 최 대표는 28일 자신의 블로그 '최종희의 생각 변전소'에 서 씨의 인터뷰(서해순 "이상호, 부검기록 못보고 의혹제기…공개하겠다") 분석 결과를 올렸다.

최종희 대표는 인터뷰 내용 가운데 "기자 라이선스가 있으신 분이세요?"(동문서답식의 상대 경멸·무시), "여자를 보호하지 않는 나라입니까?"(취지 흐리기로 정곡 회피, 피해 강조·부풀리기), "제가 손석희 프로그램에도 나갔고"(대화 소통법 무시+비경청·자기 주장: 질문 내용에 대답하는 대신에), "그러니까 친가 쪽뿐만 아니라 저는 저희 엄마도 알리지 않았어요"(자의식 과잉+피해의식 과잉) 등으로 서 씨의 언어를 진단했다.

그는 "언어 사용 수준으로 본 서해순은 50대 일반 여성을 훨씬 뛰어넘는 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일반인 수준을 상회하는 언어의 예로는 '잠적' '감금' '경황' '현실감' '상징적 피고인' '엠네스티' '장애우' '마녀사냥' '4선 의원' '기자 라이센스'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내가 잠적하고 서연을 감금했다고 하더라'라는 문장에서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내가 (말도 없이) 어디로 사라지고, 딸을 가뒀다'고 하더라'라고 표현하기 마련인데, 서해순은 한자어를 정확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명의상 공동 피고인인 딸을 '상징적 피고인'으로 그 실질적 지위를 명확히 표현하는 일도 드문 일이고, 일반 가정주부로서 인권 청원 창구로 '엠네스티'를 손쉽게 거명하는 일도 정말 드뭅니다."

최 대표는 "인터뷰 중 (서 씨가) '이상호 기자 그분 기자 라이센스가 있나요?'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며 "하지만 여기에 사용된 '기자 라이센스'라는 말은 무식하거나 해서 남용한 말이 아닌 걸로 보인다. 사실 그녀가 꽤 오래 머문 미국이나 한국 모두 기자 라이선스라는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유명 프리랜서가 많은 미국에는 그와 유사한 증명 제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해순 씨가 거론한 기자 라이선스는 그런 점에서 두 가지를 시사한다"며 "하나는 글자 그대로 '그 사람 진짜 기자 맞나요?'의 뜻으로 비하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녀 가까이에 미국의 기자 회원증을 가진 사람이 있었기에 그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 "몹시 놀란 건 법의학 부검용어 '삭흔'의 정확한 이해"

그는 "그녀가 여러 언론에서 자주 사용한 '경황이 없어서'라는 말에 보이는 '경황'도 일반 주부의 언어 수준을 넘어선다. 흔히 '그럴 정신이 없어서'라고 하기 마련"이라며 "김광석의 죽음을 두고도 일반인이라면 '믿어지지 않아서' '사실이 아닌 것 같아서' 등으로 말하기 십상인데, '(그의) 죽음이 현실감이 없어서'로 표현하는 것도, 그녀의 지적 수준이 일반주부의 그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제가 몹시 놀란 건 진행자(김현정)가 낱말 뜻 설명 없이 '삭흔(索痕)이라는 말을 질문에 사용했는데, 그녀(서 씨)는 그 자리에서 그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습니다. 이 '삭흔(索痕, ligature sign, Strangmake)'은 우리말 사건에도 아직 나오지 않는 법의학 부검 용어로서, 줄로 목을 매어 자살하거나, 끈으로 목을 졸라 죽였을 때, 혹은 오래도록 줄에 묶여 있을 때 죽은 이의 몸에 남은 끈의 흔적(표피 박탈+청색증+피내출혈)을 이르는 극히 특수한 전문용어입니다."

최 대표는 "'고지(告知)' '계류' '지분(持分)' '소송 당사자'와 같은 말들도 법률사무소의 사무장급 정도가 되어야 일상용어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말인데, 그녀의 경우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용어처럼 사용하더라"라며 "일반인들은 '안 알린 것뿐이지'라고 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고지를 안한 것뿐'이라는 법률 용어를 아주 손쉽게 사용했다. '소송 당사자'라는 쉬운 말도 일반적인 가정주부의 입에서는 선뜻 나오기 힘든 법률 용어"라고 봤다.

"서연이의 부존재가 대법 판결(조정 포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것도 그녀는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서연이의 사망 사실을 공표할 이유가 없었지요. 자신의 법익(法益)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도덕적으로는 비난의 대상이 될지 몰라도 법 상식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는 "서해순의 주장이 사실이고, 딸 서연의 사망진단서와 김광석의 부검소견서 내용이 서해순의 주장대로라면 현재까지의 공식적인 결론이 그대로 유지될 듯하다. 사인이 각각 급성폐렴과 자살로"라며 "결정적 반증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심증만으로는 반전을 이뤄내기 어려울 듯하다. 실체적 증거인 망자들의 몸을 다시 살펴볼 방법이 없으니까"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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