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는 27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목포시청과 ‘2017 KEB하나은행 FA컵’ 7라운드(4강)에서 후반 33분에 터진 김인성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유일하게 터진 김인성의 귀중한 골 덕에 울산은 1988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FA컵 결승 무대를 밟는다. 2017년 FA컵을 뜨겁게 달궜던 내셔널리그 소속 목포시청의 돌풍은 내셔널리그 출신 김인성에 의해 마침표가 찍혔다.
김인성은 올해로 K리그 5년 차지만 철저히 밑바닥부터 시작해 한국 프로축구의 최상위 무대인 K리그 클래식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인 선수다. 학창시절 주요 대회에서 개인상을 받고 연령별 대표팀까지 뽑힌 전력에도 그는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끝내 지명을 받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실패를 맛본 김인성이 선택한 무대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에 입단해 실전경험을 쌓았다. 그리고는 무작정 러시아 명문클럽 CSKA 모스크바의 문을 두드렸다.
테스트를 거쳐 정식 입단까지 성공한 김인성은 뒤늦게 2013년 성남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입성했다. 이후 그는 2014년 전북 현대, 2015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쳐 2016년부터 울산에서 활약 중이다. 어느덧 그는 K리그에서만 120경기를 뛴 어엿한 중고참 프로축구선수가 됐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선배’ 김인성은 ‘내셔널리그 후배’ 목포시청의 꿈을 꺾는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객관적인 전력의 우위에도 골을 넣지 못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간 울산의 영웅이 됐고,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목포시청에는 되돌리고 싶은 악몽을 선사했다.
경기 후 만난 김인성의 표정은 밝았다. 19년 만에 울산을 FA컵 결승으로 이끌었다는 기쁨만은 아니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만난 내셔널리그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는 사실에 더욱 감격한 듯했다.
“내셔널리그 선수들 잘한다고 생각해 방심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김인성은 “내셔널리그 선수들은 어리고 경쟁력이 충분하다. 나도 내셔널리그에서 기량을 향상해 CSKA 모스크바도 다녀왔다. 내셔널리그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할 뿐 보석 같은 선수가 많다. 이들이 기회만 얻으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과거 자신이 걸었던 바로 그 길을 따라 걷는 후배들을 응원했다.
후배들의 꿈을 꺾은 미안함 때문일까. 김인성은 더욱 FA컵 우승에 강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19년 만에 결승에 간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울산이 FA컵과 인연이 없었다는 의미다. 이번에 기회가 왔으니까 우승 트로피를 들겠다.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