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폴킴(Paul Kim·본명 김태형)이 지인들에게 자주 듣던 응원의 말이다. 폴킴의 꿈과도 맞닿아 있던 그 말은 얼마 전 현실이 됐다. 지난 16일 '인디 페스티벌' 특집으로 꾸며진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유스케')' 출연진 라인업에는 멜로망스, 선우정아, 치즈, 잔나비, 위아더나잇, 그리고 폴킴의 이름이 있었다.
"꿈이 이뤄진 거죠. 지인들이 저에게 자주 하던 응원의 말이 '스케치북 나가는 그 날까지'였는데 현실이 되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방기해요. 요즘 '방송 잘 봤다'는 연락을 자주 받고 있고요. (미소)."
폴킴의 꿈이 이뤄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인 그가 '가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건 일본의 한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2011년 중반 쯤이다. 10대 때부터 데뷔를 준비하는 다른 이들에 비하면 다소 출발이 늦은 편. 가수 이소라의 앨범이 경영학을 공부하던 평범한 대학생 폴킴의 인생 방향을 바꿨다.
"어릴 적부터 노래를 부르고 듣는 걸 좋아했어요. 하지만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음악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한 가지고 있었죠. 그런 저를 움직이게 한 건 이소라 님의 7집에 담긴 노래들, 그리고 앨범 속지에 적힌 '난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씨앗'이라는 문구였어요. 한창 '난 누구인가'라는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나도 '노래하는 씨앗'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디션에 계속 도전하면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위대한 탄생'에서 부른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다며 카페로 찾아오신 분이 계셨어요.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었어요. '아직은 그만둘 때가 아니구나'라며 마음을 다잡게 됐고요. 제 '1호팬'인 그 분과는 지금까지도 종종 연락하며 지냅니다."
폴킴은 노력 끝에 2014년 첫 싱글 '커피 한잔 할래요'로 데뷔했다. 이후 현 소속사 대표이기도 한 래퍼 원써겐, 그리고 인기 래퍼 빌스텍스(바스코), 프로듀서 그룹 투엘슨(2LSON) 등과 호흡하며 차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첫 미니앨범을 냈으며 한 광고의 배경 음악으로 삽입된 디지털 싱글 '비'로 인기를 끌며 존재감을 키웠다. 틈틈이 각종 페스티벌과 공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첫 공연 때 와주신 관객이 40명이었는데 올해 2월에 개최한 단독 공연에 무려 400명이 와주셨어요. 정말 뿌듯한 일이었어요. 티켓도 굉장히 빨리 매진되었고요. '나만 아는 가수'라는 말이 있잖아요. 팬들이 그런 생각으로 제 음악을 꾸준히 들어주신 것 같아요. 인기 없던 가수가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재밌게 봐주신 것 같기도 해요."
상승세를 탄 폴킴은 27일 첫 솔로 앨범의 파트1격인 '길'을 발매했다. 타이틀곡은 앨범과 동명의 발라드곡인 '길'이다. '누가 내맘좀 알아줘 / 이런 내맘좀 알아줘 / 기댈 곳이 필요해…'.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곡 후반부에는 리얼 오케스트라와 함께 몰아치듯 웅장한 감동을 선사하는 트랙이다.
"20대 중반, 데뷔를 꿈꾸며 힘들게 음악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녹인 곡이에요. 꿈을 품고 있지만 아직 도달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하실만한 내용의 노래입니다."
이밖에 앨범에는 오랜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스트레인저(Stranger)',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은 '좋은 사람', 잘못된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사랑을 게임에 비유한 '게임(Game)', 폴킴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자작곡 '둘이' 등 총 5곡이 담겼다.
"앨범의 콘셉트는 따로 없어요. 그냥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일기처럼 기록한 앨범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아, 맞아 나도', 그리고 '폴킴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었구나'에요. 그런 반응이 나온다면 제가 감정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거겠죠? 앞으로도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편한 관계를 맺는다는 느낌으로 음악 활동을 해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