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값 싸진다" 완전자급제 급부상, "실효성 없다" 신중론 확산

여야 자급제法 발의, 국민의당 "업계 반발↑·위헌" 속도 조절…진통 예상

최근 프리미엄폰 가격이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가운데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고공행진 하는 출고가 거품을 제거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비에서 단말기 할부금이 차지하는 비중과 함께 소비자 부담도 함께 커지면서,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최근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발의했다. 국내 1위 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면서 완전자급제 도입은 점차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단말기 자급제가 실현되면 통신 시장의 유통 구조와 지원금 관행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완전자급제 도입은 기존 유통망을 뒤흔드는 데다, 이해당사자 간 대립도 첨예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단말기 완전자급제' 사실상 '단통법 폐지' 통신 시장 유통 구조 근본적 개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3년을 앞두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개정안 중 주요 쟁점에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이 꼽힌다.

출고가는 단통법 시행의 이유였다. 휴대전화 출고가 담합에 대한 논란이 일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단통법을 시행했다.

통신과 판매가 결합되다 보니, 통신사와 제조사가 요금제와 리베이트 등 지원금을 미리 반영해 단말기 가격을 부풀리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출고가 담합을 막아보자는 것이 단통법의 시행 취지였다. 그러나 결국 일부 온라인이나 집단 상가에서 '떴다방'식으로 불법 보조금을 음성화시켰을 뿐 효과는 거의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달리 말하면 '단통법 폐지'다. 통신 서비스 가입과 단말기 구입을 분리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이통사의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하고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통사와 대리점이 각각 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단말기 자급제가 실현되면 이통시장의 유통 구조와 지원금 관행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장려금을 포함한 이통사의 마케팅비가 줄고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통신비와 단말기 출고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자급제는 유럽, 중국,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 대부분에서 시행 중이다. 자급제 비중이 비교적 낮은 미국에서도 40%에 육박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단말기 시장은 이와 반대로 1980년부터 30년째 이통 3사에 장악된 상태다. 이에 가격 경쟁을 방해하고 시장 혼탁과 가입자 차별을 부추기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유통업계 "생존권 위협" 통신·제조사 "매출↓ 출고가↑"…유영민 "신중하게 접근"

이처럼 완전자급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제도 도입 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짙어지고 있다. 이해당사자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데다, 실제 단말기 출고가 거품이 빠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이견도 분분하다.

통신비 인하 압력에 1위 통신사업자 SK텔레콤은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통신사들은 기본적으로 매출 감소와 유통망 붕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우선은 유통업계에서 이통사의 단말기 판매 장려금이 없어져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단말기 제조사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삼성전자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제조사 간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유통망 구축이 어려운 외산폰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독자적인 유통망 구축 비용을 단말 가격에 전가해 오히려 출고가가 오르고 통신사도 암묵적 담합을 통해 요금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조금 감소로 인한 단말 구매비 증가, 기존 유통망 붕괴로 인한 실업 증가 등을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김진해 전무도 지난 1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며 "자급제가 시행되면 출고가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데 글로벌 시장과 가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만 놓고 가격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완전자급제 도입 법안을 발의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자, 국민의당이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향후 법제화 과정에 진통도 예상된다.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단말 유통시장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법률로 완전자급제를 강제한다면 자유경제 시장에서 기업의 특정 영업활동을 제한하게 돼 헌법에 어긋나고, 소비자 선택권과 편의성을 역으로 제재하는 등 권리침해 요인이 있다는 지적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고려대 하태규 교수는 "완전자급제의 별도 유통은 실익이 없는 대안"이라면서 "결합유통의 장점인 원스톱 쇼핑이라는 소비자 편익을 없앨 뿐만 아니라 이중유통에 의한 유통 비용만 늘려서 소비자 부담만 가중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기존 유통망은 축소되고 단말기 판매를 위한 신규 유통망이 별도로 구성돼야 해 전환 비용이 발생하면서 소규모 대리점과 판매점의 희생만 초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경진 의원과 신용현 의원도 "단말기 자급제에 따른 영향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고, 실제 제도의 도입에 따른 국민의 수혜가 분석된 바 없다", "복잡한 단말기 유통방식, 제살깎아먹기 출혈경쟁, 그칠 줄 모르는 불법 유통 등은 완전자급제로 넘어가기 위해 꼭 개선해야 할 과제"라며 각각 강조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유 장관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TU 텔레콤월드 2017에 참석해 "단말기 자급제는 일률적으로 완전이다 또는 부분이다 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소비자를 포함해 모든 이해 당사자가 유익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제조사가 운영하는 가전 대리점이 있고 통신사의 판매상을 맡고 있는 대리점도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완전 자급제든 부분 자급제든 3만명에 달하는 유통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전자급제는 다양한 업계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만큼 이 법이 처리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이통사들 조차 완전자급제에 대한 명확한 찬반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도입까지의 상당한 난항과 진통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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