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고뇌' 설파한 문정인 특보 "대통령 상당히 답답할 것"

"지난 보수 정부의 희생양이 되고 있지 않는가 생각"

문정인 특보가 지난 6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오찬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에 대해 적극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지난 9년 동안 보수 정부들이 했던 정책과 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 특별강연에서 미국 제도주의 경제학자 노스가 언급한 ‘경로 의존성’ 개념을 인용한 뒤 "지난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만들면 새 정부가 온 뒤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한다. 거기에 자꾸 예속되고 함몰되기 때문에 그렇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특보는 "북한의 행동이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데 결정적인데, 그게 아직 안 오고 있다"며, "북한은 북한대로 저렇게 (도발로) 나오지, 미국은 미국대로 강경하지, 중국은 사드 문제로 등 돌려있지, 러시아도 방문했지만 맞지 않는 게 상당히 많지, 국내는 여론 분열이지, 문 대통령이 상당히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또 사드 임시 배치 결정에 대해서도 "언론에는 많이 나왔지만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며, "위기가 고조된 상태에서 우리가 사드를 받지 않으면, (미국이) 사드를 갖고 가면서 주한미군을 뺀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대통령이 어떻게 하겠는가?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보호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불안 속에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건(사드 배치는) 상식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또 "요즘 많이 비판하는 것이 미국에 경도됐다는 것인데, 제가 대통령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옹호했다.

문 특보는 "북한은 핵이 있고, 우리는 핵이 없다. 우리에게 핵 억지력 주는 것은 미국의 확장 억지력과 핵우산인데, 그러면 한미동맹을 가깝게 안하면 어떻게 핵우산을 담보하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특히 "한미동맹이 자꾸 삐걱 거려서 워싱턴과 서울 간의 의사소통 안 되고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을 독자적으로 한다(할 때),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 공조를 긴밀하게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위기 이 순간에 문 대통령은 결국 미국과 같이 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다만 그 과정에서 촛불 민심의 초심을 항상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미국을 설득해 어떻게 해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가 여기에 문 대통령의 모든 고뇌가 다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도 이런 점을 이해주셔서 한 목소리로 문 대통령을 지지해주면 좋을 거 같다. 고뇌하는 문대통령을 위해 박수를 부탁 한다"고 청중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남북 군사회담에 대해) 미국이 엄청나게 불쾌해 했었다"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사실상 강경화 (외교)장관에 강력한 어조로 항의하고 그랬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문 특보는 북한의 핵능력과 관련해 "북한은 핵탄두를 적게는 10개 많게는 50개까지 갖고 있다"면서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 북한 편일 수도 있다. 북한이 핵탄두 100개를 가지면 협상 테이블이 또 달라지니 빨리 북한하고 대화와 협상을 해서 북한이 더 이상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서는 "현재 미루나무 사건(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보다 상황이 엄중하다"며 "미국의 군사 패턴이 그때는 북한의 우발적 충돌에 대한 대응이었다면, 지금은 준비된 군사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 특보는 "북미간에 전략적 불신이 해소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북미가 대화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미국의 대북특사 파견을 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서해교전과 같은 우발적 군사 충돌이 일어나면 바로 확전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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