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서비스에도 매출 1억원, 마을기업을 아시나요?

마을기업, 사회약자-지역사회 가교 · 마을 일자리 제공

우리 사회는 경쟁과 성장에 몰두한 나머지 이웃간 유대가 끊어진지 오래다. 그런데 거대도시 서울에서 무너진 공동체가 다시 세워지는 곳이 많다면 믿겨지는가. 다음 주 추석연휴를 앞두고, 따뜻한 서울의 마을 공동체들을 미리 둘러봤다. [편집자 주]

함께하는 이웃…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뒤섞이는 곳

. 서울 도봉구 미아동 마을기업 ‘함께 웃는 이웃’ (사진=최미경 대표 제공)
"장애인들이 주민들과 분리되지 않고, 일상적으로 마주할 때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은 사라질 겁니다."

서울 도봉구 미아동에서 영업 중인 '함께 웃는 이웃'에 가보면 장애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가게는 재사용 기증 물품을 보수해서 판매하는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주민들의 관계망에 기초해 지역의 욕구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마을 단위 기업을 말한다.

'함께 웃는 이웃'에서는 우선 공급과 수요 두 부분에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재사용 물건을 주민들이 스스로 기증하면, 장애우들과 그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물건을 보수하고, 다시 지역 주민들이 좋은 물건을 염가에 구입해간다.

기업은 장애인들 뿐 아니라 비장애인 부민들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한다. 지역, 기업, 장애인 가족 모두가 상생하는 기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기업은 특히 장애우를 위한 시설 부족이라는 지역 문제도 해소하고 있다. 멀리 번동에까지 가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우들을 위한 직업 교육을 매장 뒤편에 조성된 별도의 교육공간에서 제공한다.

이 회사의 대표 최미경 대표 역시 장애우를 자녀로 두고 있다.

그는 "그동안 장애우 가족들은 장애우 권리문제를 정부 대상으로만 주장했지, 마을에서 지역 주민들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데는 서툴렀다. 동네에 자꾸 우리의 모습을 보여줘야 그들도 자연스럽게 우리를 이웃으로 대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마을공동체 속으로 들어갈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서 드러난 비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 사이의 넘기 힘든 장벽을 생각해 보면, '함께 웃는 이웃' 같은 마을 기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노원실버협동조합'…아파트단지 택배로 일거리 건강 두마리 토끼

노원구 주공아파트 14단지에 둥지를 튼 마을기업 ‘노원실버 협동조합’ (사진=노원구 제공)
장애인과 같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는 노인들이다. 서울에서는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을 위한 마을기업도 속속 설립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노원실버협동조합'은 20명의 노인 택배원들이 노원구 주공아파트 14단지 아파트 총 2300세대의 택배배송을 하고 있다.

택배회사들이 지정된 공간에 택배물건을 적치해 두면 노원실버협동조합 직원들이 마지막 배송을 책임진다.

택배화물 1개당 500원을 수익이 떨어진다. 직원들은 매월 50~100만원의 임금을 받아갈 수 있다.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는 직원들은 화물 분류나 배달 동선 수립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노원구 장주현 팀장은 "노인들은 임금 뿐 아니라 일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인근 지역으로까지 택배 배달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환 구청장은 "노원구는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가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자치구"라며 "앞으로도 실버 택배 마을기업 육성에 힘을 써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감성마을 협동조합'…경단녀들에게도 일자리 제공


중랑구 마을기업 ‘감성마을 협동조합’. 역여성을 위한 협동조합교육(상), 보드게임 수업(하) (사진=서울시 제공)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마을기업도 있다. 중랑구 감성마을 협동조합은 동네 아이들을 위한 먹거리와 교육을 소재로 한 서비스 기업이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와 돌봄을 제공해왔다. 최근에 먹거리 사업은 접었지만, 아이들 교육 사업의 가능성은 확인했다. 그리고 경력 단절 여성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징검다리로서의 마을기업의 존재 이유도 발견했다.

이 회사는 지역 아이들의 논술, 영어, 역사, 보드게임 등 과목의 교육을 위해 지역에 거주중인 20여명의 여성들을 교사로 위촉했다.

강명신 대표는 기업이 망해도 망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일반 기업은 망하면 문을 닫아야 하지만, 마을기업의 세계에서는 문을 닫을 정도의 실패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남아있는 인적 자원을 언제곤 다시 조직해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실패의 경험이 고스란히 마을에 자산으로 남기 때문에 그 것을 발판으로 재도약하기가 수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마을기업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쌓은 여성들이 그 것을 경력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강 대표는 "마을기업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잠재성을 확인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이 생겨나고 있다. 마을기업은 여성들의 역량을 업그레이드 하고, 그들의 사회 진출을 돕는 여성인력 센터와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기업은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마을 기업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마을기업이 다시 그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기 때문에 마을기업은 건강한 마을 공동체 형성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건 물론이다.

'도시마을 방역협동조합'…제조업으로 수익내고, 해충방제서비스로 지역 봉사

강서구 마을기업 ‘도시마을 방역협동조합’ (사진=서울시 제공)
환경을 테마로 한 마을기업도 있다. 2014년 설립된 강서구 도시마을방역협동조합은 노후주택이 많은 지역의 바퀴벌레, 개미, 모기 등 해충을 방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약을 사서 해충을 박멸하기는 힘든 일이고, 그렇다고 전문 업체를 부르자니 부담스러운 이 지역 서민들을 겨냥한 사업이다.

안상준 대표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오다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고민하던 중에 마을방역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독거노인 같은 취약 계층이 저희가 제공하는 무료 방제 서비스를 받고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게 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료 방제란 매월 취약계층 가정에 제공하는 무료 방제서비스를 말한다. 한 가정이 서비스를 요청하면, 원하는 이웃에게 무료로 방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료 서비스를 하면서도 이 회사는 올해 이미 매출 1억 원을 달성했다. 비결은 제조에 있었다. 이 회사는 마을기업을 유지시키려면 제조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기업 설립 초기부터 제조에도 뛰어들었다.

이들은 바퀴벌레용 플라스틱 트랩과 벌레잡이용 LED 포충기를 발명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학생들을 위한 방역 교육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이 회사 구성원들 5명은 원래부터 방충방제 전문가는 아니었다. 원래는 이 지역에서 식품유통업, 건축설계사, 음식점 사장, 벤처사업가, 컴퓨터 엔지니어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마을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별도의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멋진 남자들이다.

안 대표는 "마을 주민들이 마을 문제를 찾아 나서 스스로 풀음으로써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당초의 설립 취지에 맞게 앞으로도 글자 그대로 ‘마을기업’으로 지역민들에게 남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이런 마을기업들이 2010년 이후 141개가 설립돼 현재도 90개 정도가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이은애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주민들이 소비자이면서 투자자가 될 수 있고, 높은 융합력을 자랑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마을 기업은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도 마을기업을 수적으로 많이 세우는 것 보다는 마을기업이 공동체 활동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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