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창수 "박양 항소? 지시범도 똑같은 살인범인데…"

- 어머니 의연한 증언, 더 슬퍼
- 처음엔 현실인가? 믿기지 않아
- 둘은 모두 주범, 지시와 실행…
- 청소년범죄… 시그널 오고 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나창수(검사)

지난 금요일 인천 여아 살인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주범 김 양 징역 20년, 공동정범 박 양 무기징역. 검찰의 구형이 그대로 선고가 된 거죠. 그러자 무기징역을 받은 공범 박 양이 바로 항소를 제기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네요. 이분의 얘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이번 사건의 처음과 끝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담당 검사인데요. 구형판결문 읽을 때는 울컥하기도 해서 참 보는 이들 마음을 아프게 했었죠. 나창수 검사 오늘 직접 만나봅니다. 당시에는 인천지검 소속이었는데 지금은 서울중앙지검에 근무 중이세요. 나창수 검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나 검사님 안녕하세요.



◆ 나창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실은 사건 구형 당시에도 이미 인사발령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죠?

◆ 나창수>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그 사건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손을 뗀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구형에 직접 나서셨어요?

◆ 나창수> 마지막 재판이 김 모양 증인 신문이 있었고요. 가장 중요한 재판이어서 제가 참석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됩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말씀하신 대로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소감이 어떠십니까?

◆ 나창수> 사실 1심만 선고되었을 뿐이고 2, 3심이 계속 저희가 노력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소감을 말씀드리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수사과정을 거치면서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부모님이 얼마나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셨을지 그리고 사랑이나 희생이나 의연함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 김현정> 나 검사님도 아이를 둔 부모잖아요. 그래서 더 심경이 복잡하셨을 것 같아요.

◆ 나창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 피해 어머니 모습은 계속 보셨어요, 수사 과정에서?

◆ 나창수> 네, 그렇습니다. 사실 증언에 앞서서 어머니와 면담을 한 번 했었습니다. 사실은 면담과정에서 어머니가 저와 면담하실 때 많이 우셨어요. 어렵게 부탁도 드렸고요. 그런데 어머님께서 피고인을 마주하기 그러시면 조치를 해 드리겠다고 말씀까지 드렸고요. 그런데 어머니가 피고인을 마주 못할 이유가 없다.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또 그렇게 가면 안 되는 아이였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어머니가 사실은 의연하게 말씀을 하셨는데 손을 떠시는 걸 봤거든요. 떠시는 손 꼭 잡고 울음을 꾹꾹 참으시면서 의연하게 증언을 하셨는데 사실은 저한테는 그 모습이 좀 더 슬프게 보였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어머님이 굉장히 담담하게 의연하고 침착하게 말씀을 하셨다라는 얘기를 제가 뉴스로 들었는데 사실은 손을 떨고 계셨군요.

◆ 나창수> 네. 참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건 제가 처음 알았네요. 왜 안 그렇겠습니까? 검사님이 가해자들 얼굴 보시기 힘드시죠? 제가 가림막이나 다른 조치해 드릴까요? 이것도 권하셨었어요?

◆ 나창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것도 안 하겠다?

◆ 나창수> 아니면 피고인이 없는 자리에서 증언을 하실 수도 있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 김현정> 어머님이 거부... 그런데 거부하셨지만 막상 그 앞에 서니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분노와 감정이 막 치솟으셨던 거겠죠.

◆ 나창수> 네, 그런데 울음을 꾹 참으시면서 울면 안 된다는 걸 또 잘 아시기 때문에 그러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 상황. 사건의 초반으로 좀 돌아가 보겠습니다, 검사님. 이 사건 딱 맡았을 때 아무리 끔찍한 사건을 많이 맡아본 검사라도 좀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 나창수> 네, 사실은 굉장히 당황을 많이 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제일 믿기 힘든 지점은 뭐였습니까? 이 사건을 일단 받아보고 나서.

◆ 나창수> 일단은 이런 사건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건지 정말 그 부분이 사실 제 스스로도 믿기진 않았습니다.

◇ 김현정> 현실에서 이게 가능이나 한 일인가 이런 생각?

◆ 나창수>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열여덟, 열아홉 소녀들이.

◆ 나창수> 네.

◇ 김현정> 그런데 김 양이나 박 양은 계속 주장을 했어요. 우리는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역할극 한 거다. 현실세계하고 가상세계를 헷갈려가지고 우발범죄를 저지른 거다. 계획범죄 아니다 이 점을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계속해서? 이걸 아니라고 판단하게 되신 근거는 뭐예요?

◆ 나창수> 그 부분은 재판 진행 중인 사항이라서.

◇ 김현정> 그것도 그런가요?

◆ 나창수> 네. 추상적으로만 말씀드리면 일단은 김 양이 진술 번복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김 양의 진술 번복.

◆ 나창수> 재판에서 지시를 했다 번복을 했고 불리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얘기한 부분이 있습니다. 자기의 계획성을 사실은 포기하면 심신미약 부분이 약해집니다. 인정되기 어렵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나창수> 그런 부분을 일단은 불구하고 이야기한 거고 내용 자체가 재판과정에서 참석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면 지어내서 말할 수가 없는 내용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다만 재판 과정 중이어서 이게 선입견이 될 수가 있기 때문에, 2심에서. 이건 더 이상은 좀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 김현정> 결국 1심 결과 둘 다 각자 나이에 받을 수 있는 최고형을 받았습니다. 김 양은 징역 20년, 공범인 박 양은 무기징역. 그런데 박 양이 항소를 했습니다. 박 양 측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살인을 행한 사람은 아닌데 어떻게 무기징역까지 나오냐. 말로 그 사람 죽여야지 했다고 해서 그게 진짜 살인한 사람하고 어떻게 똑같이 처벌받을 수 있느냐? 이런 주장이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나창수> 일단은 아마 그게 지금 김 양의 경우에 주범으로 불렸고 박 양의 경우에 공범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박 양이 공범으로 불렸던 것은 당초 살인방조로 기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사실은 박 양도 살인죄로 죄명이 변경되었습니다.

◇ 김현정> 변경됐죠.

(사진=SBS 제공)
◆ 나창수> 아주 엄밀하게 말하면 이제는 김 양, 박 양 모두 주범입니다. 그래서 둘이 굳이 구별을 하자면 김 양은 실행범 그리고 박 양은 지시범 정도로 불릴 수 있고요. 그런데 실행범과 지시범 사이에서는 형량을 구별할 필요가 없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실행범, 지시범. 지시한 게 분명하다면 그건 살인한 것 실행범과 똑같이 취급하는 거군요, 법적으로는.

◆ 나창수> 네, 형법상 공모공동정범의 개념입니다.

◇ 김현정> 막연하게 생각해서 아니, 말로만 했는데 진짜 죽인 것도 아닌데 왜라고 얘기할 수가 없는 거군요, 법적으로?

◆ 나창수> 네, 맞습니다. 법적으로 둘이서 범행을 계획한 후에 그중 한 명이 실제 실행을 맡은 경우에도 실행에 나아가지 않은 1인에게도 실제 실행한 사람과 동일한 죄를 묻는 것이 공모공동정범이라서요. 실제 실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감형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않는 거군요. 그래요. 인천 여아 살인사건. 이 사건이 소년범 폐지공방에 사실상 불을 지핀 사건입니다. 여러 가지 갑론을박들이 우리 사회에서 오가고 있는데 이건 뭐 어디까지나 나 검사님 개인, 법조인 개인의 의견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나창수> 사실은 검사는 당사자입니다. 당사자가 소년법 폐지 여부에 대해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는 거는 사실 어렵습니다.

◇ 김현정> 어려우시군요.

◆ 나창수> 사실 이 사건이 일단 확정이 되면 사건에 관련된 경험이나 의견을 꼭 공유해 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 김현정> 개인 의견은 있지만 일단 사건 끝날 때까지는 당사자로서 좀 참겠다,이런 말씀이세요?

◆ 나창수>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그러실 거라는 생각이 든 게 법정에서 울분을 토하고 심지어 좀 울먹거린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이 반응, 국민적인 반응을 보면서 어떠셨어요?

◆ 나창수> 솔직히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럽고 저는 솔직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사건인데 검사가 부각되는 게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래서. 우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인천 여아 살인사건, 초등학생 살인사건 후에 부산에서도 강릉에서도 10대 강력범죄들이 많이 일어났어요. 수사하신 분으로서 그 사건 담당검사는 아니지만 볼 때 좀 다른 생각이 드셨을 것 같아요, 예전하고 다른?

◆ 나창수> 네, 제 개인적으로 뭔가 청소년 사회에서 문제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라고 생각을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원인 부분에서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될 시기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느낌을 받으셨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말씀 하시겠어요?

◆ 나창수> 일단은 재판이 끝난 게 아닙니다. 어머님 말씀처럼 어머니가 법정에 나오셨던 이유도 그거일 겁니다. 아이가 정말로 보물같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였는지를 알리고 싶었을 겁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잊지 않고 어머니 마음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 김현정> 끝까지 이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국민들 관심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잘 마무리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 나창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담당 검사 나창수 검사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