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3학년 레프트 한성정은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7~2018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42명의 참가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에 지명됐다.
한성정은 사실 모든 팀이 탐을 냈던 레프트다. 197cm의 장신에 리시브가 되는 ‘수비형 레프트’다. 대학 1학년 때부터 고른 기록을 내며 이번 신인 드래프트의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결국 그는 42명이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는 영광을 안았다. 한성정은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을 베풀어줄 은인이 나타난다’는 오늘의 운세가 들어맞은 모양새가 됐고,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큰 배를 타고 나가 엄청 많은 물고기를 잡은 지난 밤의 기분 좋은 꿈처럼 ‘대어’를 잡았다.
하지만 전체 1순위로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는 한성정보다, V-리그 남자부 사상 처음으로 가장 적은 확률을 가진 팀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게 된 우리카드 코칭스태프보다 기뻐한 이는 따로 있다. 바로 행사장 한쪽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한성정의 아버지 한은범(50) 씨다.
전체 1순위로 V-리그에 입성한 한성정이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운동을 할 때는 배구가 아닌 축구를 선택했다. 한은범 씨는 “또래보다 머리가 하나는 더 컸기 때문에 인근 초등학교 배구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한성정은 충북 옥천 죽향초등학교를 다니다 삼양초등학교로 전학을 갔고, 옥천중학교와 옥천고등학교를 거쳐 홍익대학교에 진학했다. 중학교 3학년부터는 연령별 대표팀에 빠짐없이 소집되며 한국 배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주역으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한은범씨는 “처음 아들이 운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반대했다”고 멋쩍은 듯 웃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도 졸업 안 하고 프로에 간다고 해서 솔직히 어제는 잠도 못 잤다. 프로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부모에겐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런 기분에 자식 운동을 시키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한은범 씨는 “성정이가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인데 고등학생인 동생도 있고 하니 일찍 프로에 가서 효도를 하겠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속을 안 썩인 아들인데 그런 심성이 너무 고맙다”고 더 특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중학교 때부터 지난 9년간 빠짐없이 ‘착한 아들’ 한성정의 경기를 지켜봤다는 한은범 씨는 “이제는 우리카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국을 다니겠다”면서 “성정이가 프로에 가서도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는 소박한 바람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