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노 전 대통령 죽음을 꺼내들어 정치쟁점화 시키곤 했다. 가깝게는 지난 대선 정국에서 홍준표 후보가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등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진석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불 금품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 책임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정 의원의 이 글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했던 것"이라고 한 데 대한 반박으로 썼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부부 싸움 끝에 목숨을 버렸다'는 발언은 4선의 중진의원 발언으로는 무책임하기 그지 없는 말이다.
이 때문에 한 때 한솥밥을 먹던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한 입을 다물기 바란다" "고인을 상대로 무슨 재수사란 말인가? 한국당이 떠들면 떠들수록 적폐청산 구호만 더 요란해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따라,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은 또 다시 정쟁의 한 가운데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유한국당이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등 정치쟁점화 시킬 의도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강효상 "노 전 대통령의 서거과정과 함께 600만 달러 뇌물수수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재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박연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며 특검을 요구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이 아직 힘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여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소재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까지 확대되면서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의한 적폐들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보수야권이 위기감을 느끼고 노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맞불을 놓거나 이른바 '물귀신 작전'을 펼칠지 말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여론의 호응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수구적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정진석 의원의 주장이 노 전 대통령 사인에 대한 검·경의 발표에서 한참 동떨어져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와 노무현 색깔을 지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일련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 보수야권에서 또 다시 정치쟁점화할 움직임에 대해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과거회귀 구태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일을 꺼내들고 쟁점화 시키는 것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은 일을 훼방 놓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무현 재단측은 시시때대로 계속되는 보수진영의 노 전 대통령 이용하기에 이번만은 참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뒤 사저에서 비서관을 지냈고, 봉하마을.노무현 재단을 거친 김경수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사과도 요구하지 않겠다. 그 시간에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 열심히 하시길 바란다. 이번엔 그 어떤 타협도 없을 것임을 미리 알려드린다”고 강경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25일 유족 명의로 정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