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최근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의 각종 공작을 파고든 '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대' 특집으로 꾸며졌다.
국정원이 댓글부대를 운영해 각종 현안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고, 문화예술인에게는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방송 출연 제한 등 각종 불이익을 가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국정원 스스로 퇴출활동을 벌였다고 밝힌 배우 김규리가 나와 10년 동안 겪었던 고통을 증언했다. 소위 'MB 블랙리스트'가 드러난 후 처음 하는 인터뷰였다.
김규리는 "청산가리를 먹으래요.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했대요. 그게 10년이다. 그걸로 댓글을…"이라며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 글을 왜곡한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삶,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틈 사이사이에서 왜곡했다"고 말했다.
국민 반대 여론에도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추진하는 등 취임 초부터 '불통' 행보로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왔다. 김규리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보탠 바 있다.
김규리는 "이제 곧 세계가 피하는, 자국민들조차 피하는 미국산 소가 뼈채로 우리나라에 들어온다고 한다"며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채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글을 썼지만 10년 간 오직 '청산가리'만 남아 그를 옭아맸다.
"나랏님이 자신의 나라를 존경하지 않고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존경하지 않는 그런 불상사는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나랏님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과 해복을 지켜주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사람, 국민의 혈세로 숨을 쉬는 사람, 그것이 정부이고 나랏님인 것"이라는, 보다 그의 진의가 드러나는 글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김규리는 "'너 왜 아직 안 죽었어? 죽어, 죽어, 죽어'… 계속 죽으라고 하니까 진짜 시도했었다"며 강도 높은 비난 세례 속에서 자살 시도까지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김규리는 MB 블랙리스트가 드러난 이후, 어머니 성묘를 하러 갔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욕했던 경험을 전하며 "문건에 이름이 나오지 않았느냐. 공권력이 그렇게 해를 가했다는 게 문건으로 나왔다. 그런데 왜 제가 욕을 먹어야 하죠?"라고 반문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MB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방송인 김미화, 김제동도 등장했다. "예능에서 불러줘야지 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농으로 인터뷰를 시작한 김미화는 "짐작은 하고 있었지 않나. 우리 모두. 무슨 일인가 있었을 거다 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 지난 9년 사이에 희한한 일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던 것"이라고 일침했다.
왜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는지 묻는 질문에 김미화는 "모르겠다. 저 보고 좌파란다"라며 "어려운 분들이 있으면 어려운 분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제가 코미디언이니까 그분들과 함께 웃고 운 게 왜 죄인가. 저는 그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사회를 안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직접 받고 거절했던 방송인 김제동은 "겁이 안 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찾아온다는 것만으로도… 그런데 겁내면 쪽팔리지 않나. 야, 이런 인간들한테 진짜 무릎 꿇지는 말자"고 밝혔다.
그는 또한 "그때 제가 가장 화가 났던 건, 이 사람들 저 같은 사람한테도 이렇게 하는데 보는 눈이 많은 사람한테도 이렇게 하는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진짜 노골적으로 할 수 있겠구나"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이 끝나고 김미화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규리를 위로했다. 김미화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서 펑펑 우는 김규리 씨가 얼마나 서럽고 외로웠을까 싶어 먹먹해졌습니다. 죽긴 왜 죽습니까. 늘 강조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저들이 죗값을 치루게 되는 날. 그 날 함께 웃어야지요"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