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매출액 점유율 43.9%)는 전날 전국 1026개 스크린에서 5342회 상영돼 12만 1395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위 '살인자의 기억법'(17.2%)이 622개 스크린에서 2725회 상영돼 4만 6234명을 모은 것과 비교했을 때, '아이 캔 스피크'가 '살인자의 기억법'보다 상영횟수는 2배 가량, 관객수는 3배 정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군은 1931년 9월 18일 만주사변을 일으킨 이후부터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1945년까지,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위안소'를 설치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요시미 요시아키에 따르면, 강제 동원된 여성의 수는 최소 8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조선 여성의 비율은 무려 절반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0년대 초 국내 여성운동이 성장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해 아시아 여러 피해국으로 전파됐다.
UN은 일본에 진상 규명, 사죄와 배상, 책임자 처벌 등을 권고했지만 일본은 권고를 무시하고 사실 자체를 왜곡했다. 이에 미국 내 한국·중국 교포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고, 1997년 일본계 미국인 마이클 혼다 하원 의원을 필두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 하원 의원들이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요구하는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을 의회에 제출했다.
결의안 제출로부터 만장일치 통과하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때 미국 하원 의원들의 결정을 완전히 굳히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2007년 2월 15일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이었다. 그리고 그해 6월 26일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채택됐다.
◇ "기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다룬 영화와 다른 시각으로 기획했다"
제작진은 청문회 신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이용수·김군자 할머니의 실제 증언이 이뤄졌던 워싱턴 의회를 섭외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간적으로 협소하다는 단점이 있었고, 제작진은 호주 캐나다 미국 3개국을 후보지로 두고 현지 로케이션 매니저와 연락을 취하며 유사한 공간감을 가진 장소를 찾아 다녔다. 그러던 중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감명 깊게 본 미국 버지니아주 영상위원회가 적극 협조해 왔고,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실제 의회(Virginia State Capitol)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배우 나문희가 연기하는 극중 옥분은 현재를 살아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 영화는 청문회 당시 2명의 한국인 할머니와 함께 증인으로 참석해 눈물로 절규했던 네덜란드 출신 '위안부' 피해자 잰 러프 오헤른의 증언을 바탕으로 극중 미첼 캐릭터를 그려내 '위안부' 문제가 단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 캔 스피크'를 제작한 영화사 시선 강지연 대표는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극영화 등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세상에 공개됐다"며 "그중 한국 영화계에서 처음으로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1995)는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극영화 '귀향'(2016)은 385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기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와 다른 시각으로 기획했다"며 "독특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대중이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 그러나 그 속에 깊이 숨겨진 진실을 통해 끝내 자리하는 묵직함으로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