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에서 '동성애'로…보수야권의 新색깔론

文정부 고공지지율에 '레드 콤플렉스' 효력↓…'동성애' 이슈로 극우세력·기독교계 세력 모으기

20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와 관련 의원총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종북몰이' 색깔론의 효력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한 자유한국당이 '동성애 프레임'을 꺼내 들며 '신(新)색깔론'을 펼치고 있다.

한국당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에 관한 입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성소수자를 근친상간, 소아성애, 시체성애 등에 비유하며 "(성소수자를 인정하면) 인간 파괴.파탄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의 에이즈 감염률이 감소하는데 우리나라만 증가하고 특히 청년층에서 폭증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냐. 동성애 부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달라"고 김 후보자를 압박했다.

같은당 장제원 의원도 "김 후보자가 동성애 합법화, 전교조 합법화 문제 등에 대해 철저하게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고 김 후보자를 질타했다.

바른정당도 김 후보자가 동성애 옹호 입장을 지녔다고 주장하며 임명동의안 가결에 끝까지 반대했다.

'동성애 프레임'은 김이수 전 후보자 인준안을 부결시키는 데에도 톡톡한 역할을 했다. 호남 기독교계의 압력으로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의 이탈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보수야권이 동성애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더이상 '레드 콤플렉스'가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강경한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가운데 70%대 국정수행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어, 색깔론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생각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한 대북기조를 유지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국가질서를 문란하게 할 수 있는 동성애 문제도 엄정히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종북', '좌편향' 등 여론조작을 한 사실까지 탄로나면서 색깔론은 더욱 힘을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지방선거가 차츰차츰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지지율을 반등시킬 만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도 동성애 프레임을 꺼낸 행간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인권 문제에 민감한 진보 진영이 동성애에 대해 반대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극우세력의 결집과 기독교계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지향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닌 사안을 당리당략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사회 소수자를 보호하고 차별을 막아야 할 정치인들이 혐오세력의 주장에 편승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며 "동성애 이슈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정치문화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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