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와 호남 중진들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표결 직전인 21일 오전 의원총회에서다.
이날 의총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김명수 후보자와 관련해 결단을 내리기 전 마지막 회의였던 만큼,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사법부 독립'을 최우선으로 판단해달라는 당부로, 코드인사 지적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의 인준에 부정적인 뉘앙스로 해석됐다.
안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박지원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연이어 마이크를 잡으면서 장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 전 대표는 김명수 인준 찬성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의총에서 '권고 당론'을 정하자고 제안했고, 정 의원도 권고 당론을 찬성하며 거들었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 등은 안 대표를 향해 "찬성이면 찬성, 반대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안 대표는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 투표 결과 국민의당에서 25표~30표 가량이 나와 예상보다 가결이 우세했다.
결과적으로 호남 중진들이 권고 당론 요구를 통해 안 대표를 압박한 모양새가 됐다.
안 대표는 표결 직후에 "국민의당 의원들의 결단으로 대법원장이 탄생했다"며 뒤늦게 의미를 부여했지만, 안 대표가 찬반 입장을 끝내 밝히지 않은데 대해 호남 중진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박 전 대표는 C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혀 막판에라도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텐데 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 당의 노선이나 이념적 성향을 생각했을 때 호남 중진들과 안 대표의 갈등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안 대표는 '극중주의'를 내세워 실용 정당으로서 제3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발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과 인사 실패 등을 맹비난하며 날선 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호남 중진 의원들은 대북 정책을 비롯해 당이 지나치게 우향화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고, 문 정부와도 "협조할 때는 협조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안 대표와 중진들의 노선 차이와 갈등은 예고된 것 아니었느냐"며 "스킨십을 아무리 늘려도 이념적인 간극이 좁혀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수 표결을 계기로 또한번 호남 중진들과의 틈새를 확인한 안 대표가 지방선거 이전에 어떤 식으로 당을 운영할지, 호남 중진들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