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형' 인천 초등생 사건, 심신미약→계획 범죄 되기까지

재판부, 주범 징역 20년·공범 무기징역 선고

8살 인천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의 피해자측 법률대리인 김지미 변호사가 22일 오후 인천 남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8살 인천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의 주범인 17세 김양에게 법정최고형인 징역 20년형이 공범 19세 재수생 박양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사진=이한형 기자)
충격적인 내용과 반전을 거듭하는 법리공방으로 내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1막이 일단락됐다.

22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는 주범 A(16)양과 공범 B(18)양에 대해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잔혹한 범행 수법, '자캐'(자기 제작 캐릭터 커뮤니티), '동성계약연애', '고어물'(극단적 폭력물), '역할극' 등 10대 피고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1심의 공판들은 매번 화제가 됐다.

◇ 조현병, 심신 미약 → 치밀한 계획 범죄가 되기까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A(16)양이 지난 3월29일 오후 12시 47분쯤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놀고 있던 초등학교 2학년생 여자 아이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다.

범행 직후 A양은 오후 5시 44분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B(18)양을 만나 초등생의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넸고, B양은 이를 유기하면서 공범으로 지목됐다.

사건 발생 당시 범행 방식이 너무나 엽기적이고 잔인해 10대 소년 둘이서 감행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이에 경찰에서도 처음에는 A양의 범행 동기를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적 이유에서 찾았다.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도 정신병적 증세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됐다.


하지만 이후 A양과 B양이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는가 하면, 이른바 둘 다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맞게 됐다.

(사진=자료사진)
캐릭터 커뮤니티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고어물이나 폭력 게임 등 특정 영화나 게임 등에서 직접 가상 현실을 창작하고 이 속에서 캐릭터를 부여해 일종의 '역할극'을 하는 놀이다. A양과 B양은 서로 주종관계에 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큰 충격에 빠졌고, 이들에 대한 중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됐다. 심신미약과 살인방조로 끝날 것 같았던 이 사건은 치밀한 계획에 의한 범죄와 살인교사로 완전히 전환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에 앞서 주도면밀하게 계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검찰은 B양의 결심공판에서 A양의 '고해성사'를 받아냈다.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마음의 무게를 덜고자 한다"며 입을 열기 시작한 A양은 사건 당시 상황을 그림 그리듯 털어놓기 시작했다.

'B양이 시신 일부를 훼손해 가져오라고 해 살인의 원인을 제공했고 범행 이전과 이후에도 CCTV 위치 파악, 변장 등을 지시해 치밀하게 공모했다'는 등의 증언이 터져 나왔다. 스스로 계획 범죄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A양은 정작 본인의 재판에서는 말을 바꿨다. "아까 증인 진술 때 계획성을 인정한거죠?"라는 판사의 질문에 돌연 "범행을 저지른 순간만큼은 우발적이었다"고 앞선 입장을 고수했다.

또다시 A양은 자신이 심신미약 상태로, 우발적인 살인이었다고 주장했고, B양은 살인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B양의 초호화 변호인단 역시 B양이 살해 현장에 없었고, A양이 실제 범행을 실행할 줄 모르고 있었다며 살인의 공범 혐의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양과 B양에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이라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무기징역과 무죄라는 극단적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범행의 잔혹함,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실행행위 분담 여부나 소년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여 책임의 경중을 가릴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의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그 수법과 내용, 범행 전후의 상황 등을 종합하면 재범의 위험성도 인정된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30년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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