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서 신인 열풍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시즌 중 하나로 기억되는 1994년의 스토리가 요즘 다시 회자되고 있다. 2017년에 등장한 '슈퍼 루키'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 때문이다.
이정후가 1994년 LG 트윈스 신인 3인방을 차례로 '소환'했다. 김재현의 역대 고졸 신인 최다안타(134개), 서용빈의 신인 최다안타(157개)를 넘어 22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는 유지현이 세웠던 역대 신인 최다득점(109득점)까지도 넘어섰다.
◇1994년 LG 신인 3인방 성적
유지현(내야수) - 126경기 타율 0.305, 15홈런, 51도루, 109득점, 51타점, OPS 0.831
김재현(외야수) - 125경기 타율 0.289, 21홈런, 21도루, 81득점, 80타점, OPS 0.870
서용빈(내야수) - 126경기 타율 0.318, 4홈런, 6도루, 72득점, 72타점, OPS 0.791
1994년은 지금과 비교하면 투고타저 성향이 더 강했다. 경기수는 올해보다 18경기 적은 126경기 체제였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1994년 LG 신인 3인방의 기록을 차례로 뛰어넘은 이정후의 데뷔 첫 시즌 활약은 놀랍기만 하다.
이정후는 올시즌 결장없이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9, 2홈런, 12도루, 110득점, 4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은 0.400, 장타율은 0.422로 OPS(출루율+장타율)가 8할이 넘는다.
아직 만 20세가 되지 않은 고졸 신인 타자가 데뷔 첫 해에 주전 야수로 자리를 잡는 것조차 대단한 일이다. 체격과 기술 등 어린 선수들이 갖춘 여러 조건은 프로 선배들과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정후는 선구안과 정교한 컨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한계를 뛰어넘었다.
신인 타자가 3할 이상의 타율로 첫 시즌을 마친 것도 1998년 삼성 라이온즈 강동우(타율 0.300) 이후 명맥이 끊겼다.
게다가 이정후는 '순수' 신인이다. 중고 신인이 아니다. 2006년 류현진, 2007년 임태훈 이후 신인왕 레이스는 한동안 중고 신인들의 몫이었다. 그들은 구단 입단 후 1군 콜업 기회를 틈타 조금씩 경험을 쌓다가 풀타임 첫해에 두각을 나타내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류현진과 임태훈은 투수다. 데뷔 첫 시즌이자 풀타임 첫 시즌에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 그것도 고등학교를 마치고 프로에 직행해 이같은 업적을 남긴 선수를 찾으려면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1년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마지막이다. 김태균은 2001년 데뷔 첫 해에 88경기에서 타율 0.335, 20홈런, 54타점, 51득점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이미 첫 해에 많은 것을 이룬 이정후는 16년만의 새 기록마저 쓸 기세다. 프로야구의 전설이자 이정후의 부친 이종범도 받지 못한 신인왕의 영예, 올해 이정후의 경쟁자는 없다.